28일 미국 정부와 의회가 7천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에 대해 잠정 합의를 이룸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주일전 미 재무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관련 법안의 의회 통과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불안한 흐름을 지속했다.
전문가들은 미 정부와 의회가 구제금융에 합의함으로써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발 '훈풍'이 가시화할 경우 국내 금융권의 현안으로 떠오른 달러 부족 사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 시장불안 해소에 `희소식'
미국 정부와 의회의 구제금융 합의는 지난 20일 미국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발표 이후에도 혼조 양상을 이어왔던 국내 금융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5거래일 연속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달러당 1,160원을 돌파했고 채권시장도 일주일간 약세를 보이면서 3년물 국채금리가 두달만에 6%선를 넘었다. 이같은 혼조세는 미국 구제금융법안의 의회 통과가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구제금융발(發) 훈풍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를 통해 미 의회가 금융위기 해소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시장에 남아있던 불안 심리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꺾일 줄 모르는 상승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이 다소 안정을 되찾고 여전히 1,500선을 넘지 못하고 있는 주가가 반등하는데에도 힘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국제 금융시장은 이같은 기대감을 반영해 이미 안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민주.공화 양당이 구제금융법안의 기본 원칙들에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미국 다우존스 지수와 유럽의 주요 주가지수들이 모처럼 만에 강세를 보였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구제금융안이 `의회에서 보류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금융시장에 비관론이 제기됐는데 이번 합의로 불안 요인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달러 유동성 문제 해소되나
금융시장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떠오른 극심한 `달러난'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으로부터 100억 달러를 빼내 달러 부족사태를 겪고 있는 은행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한데다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완화될 경우 해외 차입도 개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해외 차입이 성공을 거두면서 이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5억2천만달러(6천억원 상당)의 해외 차입에 성공했고 기업은행도 지난 19일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처음으로 1개월물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장재철 연구원은 "(미 의회의 구제금융안 합의는) 외환시장 변동성이나 수급 측면에서 크게 긍정적인 뉴스"라며 "특히 금융권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의 부담도 한결 덜게 됐다. 외화유동성 문제의 근본 원인인 글로벌 신용경색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시장에 공급한다 하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일련의 금융시장 불안에 발목을 잡혔던 정부의 경제개혁 작업도 한층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30일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등 굵직한 발표와 맞물려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경제 정책들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달러 유동성이나 국내외 금융시장 안정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며 "(추가 대책을 내놓을지여부는 ) 좀 더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장기적 효과는 한계"
전문가들은 이번 구제금융안 합의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인 금융시장 안정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일단 불확실성 하나가 제거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구제금융이 합의될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내용이고 구제 금융에 따른 미국의 재정적자 부담이 얼마나 늘 것인지 등 불안 요인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오 상무는 "일단 금융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전체 금융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지속된다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시장 불안감은 단순히 구제금융의 의회 통과 문제를 넘어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 여전히 남아있다는데 뿌리를 두고 있다"며 "이번 구제금융안 합의가 단기적으로는 호재가 되겠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소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