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이 응급으로 진행된 위장 내시경의 위험성을 환자 가족에게 사전에 알리고 동의서를 받았다면 내시경 검사 중 환자가 사망해도 병원 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민사7부(재판장 장재윤 부장판사)는 위장 출혈로 응급 내시경 시술 중 혈액이 숨길을 막는 기도폐쇄 증상을 보이다 사망한 A 씨의 부인과 자녀가 B종합병원과 C대학병원 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8일 밝혔다.
A 씨는 2005년 4월 17일 검은색 변이 나오고 피를 토하는 증상을 보여 B종합병원을 거쳐 C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C대학병원 의료진은 위장관 출혈이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A 씨 부인에게 응급 내시경의 필요성과 위험성에 대해 설명한 뒤 동의서를 받고 내시경 시술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의료진은 A 씨가 출혈 과다로 쇼크사할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고, A 씨 부인은 내시경 시행을 재차 요구했다.
그러나 A 씨는 내시경으로 지혈시술을 받던 중 새우처럼 구부린 상태에서 누운 상태로 자세를 바꿨고 그 영향으로 위 속에 있던 혈액이 기도로 넘어와 기도폐쇄 증상을 일으켰다.
A 씨는 심장마사지와 인공호흡을 통해 맥박이 회복되기는 했지만 열흘 후 호흡곤란으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과 장기 기능저하로 사망했다.
A 씨 유족은 "내시경에 앞서 기도질식과 심폐정지로 사망할 수 있는 설명을 들은 적이 없고 의료진이 기도폐쇄 증상 발생 이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이듬해 9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C병원에 대한 청구에 대해 "내시경 부작용으로 사망할 가능성을 설명하고 환자와 그 가족이 시술에 동의한 것이어서 토혈로 인한 기도폐쇄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환자와 가족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며 "기도폐쇄 후 심폐소생술을 지체한 과실이 있다는 원고 주장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C병원으로 옮기기 전 위장 출혈을 확인하려고 비위관(고무관) 삽입을 시도한 B병원에 대한 청구에 대해서도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수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