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27일 검.경과 공동으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은 개인이 아닌 한 시민단체의 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인데다 국정원이 초동수사 단계부터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동안 약화됐다는 평을 들어온 국정원의 보안 및 대공 수사의 `부활'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사 범위 어디까지 = 일단 드러난 수사대상은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한 곳이다.
이 단체는 백낙청씨가 상임 대표로 있는 통일운동 연대기구인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무관한 별도의 단체로, 통일단체들 중 친북 성향이 유난히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 단체는 일찌감치 수사기관의 요주의 대상에 올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경찰청이 이 단체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린 게시물 중 북한 체제를 미화하거나 주체사상을 찬양하는 등의 친북성향 게시물 400건의 삭제를 요청했지만 단체측이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
1차적으로 알려진 혐의는 이 단체가 인터넷 방송 '6.15TV'를 운영하면서 북한의 언론 보도 내용을 그대로 전재하는 등 북한 관련 자료를 공개적으로 유포해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ㆍ고무 등)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처럼 대외적으로 드러난 부분 뿐 아니라 북측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다른 불법행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 단체 뿐만 아니라 다른 통일운동 단체들에까지 수사의 칼날이 미칠 경우 지난 달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의 보안법 위반 사건 및 간첩 원정화씨 사건 등으로 불거진 `공안 정국'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더 나아가 남북관계에 변수가 될 소지도 없지 않아 보인다.
◇국정원 대공수사 활성화 전조인가 = 무엇보다 이번 수사에서 국정원이 전면에 나섰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국정원측이 압수수색 등에도 참여했고 현재 일부 관련자 조사도 국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대북 화해협력 정책이 추진된 지난 10년간 대공수사 영역의 상당 부분이 경찰로 이관되면서 단순 고무.찬양 사범에 대한 수사는 경찰에서 주로 진행해왔다.
한 정보 소식통은 "고무.찬양 사범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더 큰 혐의가 포착될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을 경찰에 많이 맡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국정원의 대공수사가 위축됐던 측면이 없지 않다"고 소개했다.
그런 만큼 이번에 국정원이 전면에 나선 것을 두고 국정원이 보안법 위반 수사와 관련, 보폭을 넓히게 될 것임을 예고한 사례로 보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김성호 국정원장이 5월3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간첩ㆍ보안사범 수사를 강화해 안보수사 기관 본연의 정체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이 단체가 공개적으로 행한 북한 자료 공개 등 혐의 외에 북측과의 교류 과정에서 보다 심각한 위법행위가 포착된 까닭에 국정원이 전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