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보도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또 일어나고 있는가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 놓았고, 이에 대해 야당은 어떻게 반응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뉴스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뉴스비평은 뉴스가 정보의 질을 높이려면 무엇을 함께 제공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SBS 뉴스에 따르면 지난 한 주 우리 사회는 끊임없는 '논란' 속에서 보냈습니다.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논란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활동 재개 논란에 휩싸였으며, 교과서에서 '햇볕정책'이라는 용어를 삭제하느냐 하는 논란에다 유모차 부대에 대한 표적수사 논란까지 있었습니다. SBS 뉴스는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다는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충실히 전했지만, 논란에 대한 판단은 철저히 유보했습니다. 예를 들면, 국회의 종합부동산세 개편 논의를 보도한 지난 23일 SBS 뉴스는 종부세 개편의 근거로 든 통계를 놓고도 정부와 야당 의원 사이에 '공방'이 이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정부는 종부세를 비롯한 재산세가 전체 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8%로 OECD 평균인 5.6%나 미국의 11.4%보다 높기 때문에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가 취득세 등록세 등 거래세 15조원까지 합산해 재산세 비중을 의도적으로 높였다며 실제로는 3.8%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정부의 주장과 야당의 반박을 뉴스가 '공방'으로 보도했다는 점입니다. 공방전이나 논란은 사실 확인이 어렵거나 가치판단의 문제일 경우 쓰이는 용어인데, 통계문제는 가치의 문제도 아니고, 사실 확인이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정부의 주장이 '적절치 않은 통계자료를 의도적으로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앞에서 예로 든 뉴스는 판단 이전에 사실 확인단계조차 거치지 않았음을 드러낸 것입니다. 지난 22일 SBS 8시뉴스는 종합부동산세 개편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뉴스는 종부세가 지난 2003년 조세부담 형평을 목표로 추진한 것이지만, 새 정부는 재산세가 이미 누진세율로 부과되고 있는 만큼 '이중과세'인 측면도 있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조세형평이냐 이중과세냐 하는 논란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6억 원 이하부분은 재산세의 과세대상이고, 6억 초과부분만 종부세의 대상이기 때문에 이중과세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데도 뉴스는 두 주장을 '논란' 차원으로 다룬 것입니다.
논란의 당사자들은 언론의 이런 판단유보를 이용합니다. 근거가 없어도 일단 주장을 펴면 언론이 이를 논란차원에서 보도하기 때문입니다. 18일 SBS 뉴스는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에서 소득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도 종합부동산세를 무차별적으로 과세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소득세와 재산세를 혼동하게 만드는 이런 주장도 뉴스는 판단이 아니라 논란 차원에서 보도했습니다.
SBS 뉴스는 1929년 대공황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분석했습니다. 18일 뉴스는 과도한 주택담보 대출에 발이 묶인 신흥 투자은행들은 몰락하고 고객 예금유치와 점포망 구축으로 유동성을 확보한 전통 상업은행은 몸집을 불릴 기회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경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형태의 금융기관이 탄생하는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반면에 국내에선 대형 금융기관들이 제2의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를 꿈꾸며 너도나도 투자은행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4일 뉴스는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해 온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쇠퇴하고 세계 금융질서가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금융위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전망한 이와 같은 뉴스는 미국 정부의 위기대응 정책과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에 머물렀던 뉴스를 한걸음 진전시켰습니다.
서울 메트로 노조가 총파업을 앞두고 있던 지난 23일 SBS 뉴스는 서울 메트로 김상돈 사장이 자기 회사 직원들의 도덕적인 해이가 심각하다며 그 실태를 스스로 공개하고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가 실태라고 보도한 사례들을 보면, 6년 전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되는 중간정산 전 3개월의 임금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휴일근무를 한 승무원이 한 사람 있었다는 것과 직원들이 과도하게 병가를 사용하면서 대체근무 수당을 타 낸 것 등이었습니다. 뉴스는 이와 같은 회사 쪽의 주장에 대한 노조 쪽의 반박도 덧붙였지만, 초점은 역시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에 맞춰졌습니다. 뉴스는 한 직원의 무리한 휴일근무와 일부 직원들의 과도한 병가 사용이 서울 메트로 노사의 주요 쟁점으로 보도할 만큼 심각한 도덕적 해이인가를 먼저 따져보았어야 합니다.
방송뉴스는 자주 정보제공과 의견개진 사이에 '판단'이라는 과정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처럼 보도하곤 합니다. 뉴스의 객관성을 유지하려면 정보제공으로 끝나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서 나옵니다. 이럴 때 시청자들은 "그래 그런 논란이 있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너는 어떻게 보느냐?"라고 묻습니다. 시청자는 뉴스를 만든 사람들의 판단을 듣고 자신의 판단에 참고하고 싶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