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25일 최근 북한 핵문제와 경제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 등 북한 정세가 급변함에 따라 북한의 '서든 데스(sudden death· 돌발적 붕괴)'에 따른 통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말고 그에 대비한 법제도도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이날 법제처와 북한법연구회, 한국법학교수연구회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공동 주최한 '한국통일과 법적 과제'라는 세미나에서 '한국 통일과 공법적 과제'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통일이 남북한 당국의 평화적 합의에 따라 단계적·계획적으로 실현될 것이라는 '연착륙' 시나리오는 무력충돌에 의한 통일 못지않게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일종의 지연된 '서든 데스' 형태 또는 개혁과 협상, 합의가 혼합된 연착륙 형태로 통일 상황이 조성될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든 데스 가설은 그동안 남북관계의 발전에 비춰 또는 한반도 평화체제 추진과정에서 입지를 사실상 상실했지만 최근 북한 정세가 급변하면서 비상대비 차원에서 다시 고려되기 시작했다"며 북한의 급작스런 붕괴와 그로 인한 흡수 통일의 가능성 자체를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통일 이행기에 이뤄질 입법· 행정· 사법 기구 통합과 관련, 입법기구로는 북한에서 선거 등을 통해 새 인민대표기구를 구성하고, 사법기구는 현 북한 재판소를 점차 남한 사법부와 일치시키며, 행정조직은 사회안전부, 국가보위부 등의 비밀경찰 조직을 새로운 민주경찰 조직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북한에 신설될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평양, 해주 등 주요 도시에 '신설자치단체지원부'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대 교수는 '한국 통일과 국제법적 과제'라는 발표문에서 "우리 정부의 통일 방식은 1989년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제시한 '3단계 3기조 통일 방안(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을 골자로 하고 있다"며 각 통일단계와 통일방식에 따른 국제법적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1단계에선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남북의 잠정적 특수관계의 국제적 인정, 남북기본합의서 협의·이행기구 가동을 국제법 과제로 제시했다.
2단계에선 남북연합 헌장을 체결하겠다는 남북의 의지 표명과 함께 '남북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의 제도적 수렴 가능성'을 규정한 6.15공동선언 제2항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이 교수는 지적하고 3단계 국제법적 과제로 남북이 각자 체결한 조약 승계를 들었다.
신영호 고려대 법대 교수는 '한국 통일과 사법적 과제'라는 발표문에서 "통일 이전에 남북한 간에 민사사법 공조 협의가 이뤄지고, 민사분쟁 해결을 위한 특례법 제정이 검토돼야 한다"며 통일 이후 사법분야에선 재산법상 문제와 가족법적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재산법상 문제로는 해방 이후 북한정권에 의해 재산권을 잃은 월남자의 재산을 사유화할지 국·공유로 하되 임대할지 등의 재산권 회복 문제가, 가족법상 문제로는 이산가족의 재결합에 따른 신분등록, 혼인·상속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토론자인 제성호 인권대사(중앙대 교수)는 "대북 인도적 지원과 탈북자 문제, 북한인권 문제 제기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며 "민간 차원의 북한인권 문제 공론화에 즈음해 정부 차원에서는 남북간, 한중간, 한미간 북한인권에 관한 대화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문제를 본격 제기할 것에 대비해 정부가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과 아시아판 '헬싱키 프로세스'의 적용을 모색할 것"과 "북한의 개혁개방을 지원하는 다자간 금융기구인 `북한개발은행'을 설치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는 북핵 문제와 관련,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북핵 해결의 원칙을 선언하는 등 북한에 외교적 부담을 안겨 북한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조치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