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9월 처음 봤던 한국의 가을 하늘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이제 9월에 다시 주한 미국 대사로서 가게 됩니다. 여러분의 희망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캐슬린 스티븐스(여, 한국명 심은경) 차기 주한 미국대사는 8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열린 대사 취임 선서식에서 20대 초반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왔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부임을 앞둔 각오와 계획을 영어와 한국말을 섞어 사용하며 밝혔다.
스티븐스 차기 대사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북핵문제 해결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비자면제프로그램 추진 등 한.미 양국의 현안 해결과 관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한미 양국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새로운 단계로 올려놓겠다고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다"면서 "지금은 한국과 미국의 안보동맹을 변화시킬 적기이며 우리는 이를 통해 더 안전하고 나은 세계를 건설하는데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부임을 앞두고 한국어를 다시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이 자리까지 오는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인사들"을 한 사람 한 사람씩 거명해 감사를 표시한 뒤 자신의 성장과정과 함께 한국과의 깊은 인연을 참석자들에게 소개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33년 전 9월에 예산의 한 남자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기차에 내렸을 때 봤던 한국의 높고 푸른 가을 하늘과 논에서 황금 빛으로 잊어가는 벼 그리고 감나무, 코스모스를 떠올리면서 "처음에 봤던 한국의 가을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그는 "9월을 한국에서 한국인들이 하늘은 높고 말이 살 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부르는 가을이 시작되는 특별한 때"라면서 이번에도 9월에 다시 한국에 대사로 부임하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한국인들의 삶은 매우 힘들었다고 회상한 그는 겨울에 교실을 가득 메운 13살짜리 시골소년 70명이 함께 칠판에 글을 쓸 때는 손가락이 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장갑을 끼어야 했다고 말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또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을 한국어로 소개한 뒤 자신이 외교관으로 일했던 1980년대의 한국과 20년이 지난 한국의 모습은 이런 속담을 무색하게 할 정도라며 "한국은 그 자체로 그리고 한미 양국과 양국 국민들과의 관계는 계속 변모하고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대사 상원 인준 과정이 길어졌지만 이를 통해 한국전 참전용사인 존 워너 상원의원 등 한미동맹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들을 알게 됐고 또 대사 인준을 받은 순간을 제외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청문회에서 자신을 소개해 주었을 때라고 덧붙였다.
스티븐스 대사의 이날 선서식에는 한국인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제임스 등 가족들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이태식 주미대사, 존 워너 상원,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짐 릴리 전 주한미대사 등이 참석했다.
앞서 스티븐슨 차기 대사는 지난 4일 한반도 관련전문가들을 초청해 북한 핵 및 인권문제, 한미 동맹 문제 등에 관해 의견을 청취했으며 9일 워싱턴 주재 한국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한국 부임을 앞둔 각오와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