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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이후엔 위기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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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1일이 지나면 위기설이 허구로 드러날 것이다"

'9월 위기설'이 논란에 대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말이다. 위기 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는 7조 규모의 외국인 단기 채권의 만기일자와 우리 외평채 발행 일자가 지나는 날이 9월 11일이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만기에 우리 채권을 다시 사고 우리 나라의 외평채를 외국 투자자가 산다면 채권만기로 달러를 돌려주느라 외환보유고가 부족할 것이란 시중의 우려와 이로인한 쏠림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만약 '위기'를 국가 부도가 났던 97년 당시 상황으로만 본다면 동의할 수 있는 주장이다. 그런데 9월 11일이 지나면 과연 우리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최근 상황이 씻은 듯이 나아질까? 그리고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은 '위기'가 아닌가?

"많은 경제지표들이 IMF 사태 이후 최악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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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말이다. 이 정도면 위기 아닌가?

경제지표 뿐이 아니라 8월 중순이후 우리 원화의 변동폭은 20%를 훌쩍 넘으며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쉽게말해 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통화로 외환 시장에서 인식될 정도로 등락이 심하다는 것이다. 8월 이후부터는 세계 증시의 변동성은 낮아지고 있는데 우리 코스피 지수 변동성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 사상 최대 규모인 20조원을 순매도 하면서 우리 증시를 떠나고 있고 주식시장의 가치를 측정하는 PBR(Price Book Ratio)로 보면 현재 코스피 지수의 가치는 국가 비상사태를 겪고 있는 태국 증시보다 떨어진 수준이다. 이 상황이 9.11이 지나면 아무일 없던 것 처럼 해소될 것으로 보는가? 오히려 "9.11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란 언급"이 9.11 이후에도 안 좋은 상황과 맞물리면 더 큰 우려를 나을 수 있지 않을까?

시장, 특히 금융시장은 '심리' 좀더 정확히 말하면 '신뢰'가 큰 영향을 준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명목이자율에서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이자율, 즉 실질 이자율이 높고 정치적.정책적 안정성만 확보가 되면 국내외 투자자들은 정상적인 판단을 하며 그런 나라의 금융상품에 투자를 한다. 현재 5.25% 수준인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고려하면 물가상승률이 투자매력을 좀 떨어뜨린다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에 비해 실질 이자율은 괜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국내외 투자자들이 '루머' 하나에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결국 '정책적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입 물가 급등에 영향을 주는 '고환율' 정책을 써 물가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유럽 경기침체 조짐으로 '일시적 달러 강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외환보유고를 동원해 '저환율' 정책을 써 200억원으로 추정되는 외환보유고 손실을 초래한 우리 경제팀을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불과 한 달도 안 돼 서로 극단적인 이런 정책을 번갈아 가며 쓰는 나라를 어떤 투자자가 믿고 자기 돈을 맡길 수 있겠나?

11년 만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미국과 유럽 경제가 흔들리면서 수출에도 어려움을 겪는 지금 상황은 분명 외부적 요인이 크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모두가 겪고 있는 외부 상황 속에 다른 나라보다 유독

우리 나라가 '지불하지 않아도 될'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우리 경제팀의 '위기 대응능력'을 시장이 믿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크다.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단순히 9월 11일이 지난다고 해서 우리 금융시장의 불안한 상황이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우선 정부 정책은 일관성과 불확실성 제거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는 시장의 움직임을 본 뒤 '미세조정'에 나서는 것이 옳다. 더 이상 시장을 좌지우지 하려는 70년대 경제방식으로는 지금의 난관을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지금처럼 감세정책을 내놓은 지 불과 며칠 만에 '생활공감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직접적인 재정지출 정책을 내놓은 뒤 "재정적자 우려는 없다" 고 한다면 시장이 코웃음을 칠 수 밖에 없다.


'경제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 한 가지를 얻으려면 한 가지를 희생해야 한다(Trade Off)' 는 것이 역사적으로 검증된 경제원리다. 한정된 국가 재정 아래서 세수를 줄이고 지출을 늘리는 정책을 펴면서 복지재정 지출이나 공무원 급여 등 정부운영 비용 같은 일상 경비도 줄이지 않는다면 당연히 재정 적자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이는 우리 자녀들이 나중에 갚아야 할 빚이 될 수 밖에 없다.

주어진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미래예측 모형을 통한 '숫자 놀음'으로 장미 빛 전망을 하기보다는 일관성 있는 원칙을 갖고 솔직하게 입장을 밝히며 국민을 설득해 나가는 경제정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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