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청 이래 돈을 가져가는 곳으로만 알았던 국세청이 연말까지 돈을 시중에 풀어내는 노릇을 할 전망이다.
이미 사상 첫 집단 세금환급이 시작된데 이어 그간 준비해왔던 각종 환급금의 일정이 국회에서 가닥을 잡으면서 국세청이 올해 연말까지 매월 돈을 나눠주는 역할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7일 국세청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최근 논의를 거쳐 소형 화물차에 대한 유류 환급금 규정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규정을 이번 주 다룰 예정으로 의사일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 내달부터 환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법안 통과가 예정대로 이뤄지면 내달부터 유류구매 환급카드를 쓰는 소형 화물차 차주들은 연간 10만원 한도내에서 사용 연료에 부과된 유류세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일선 세무서 대신 카드사가 실질적으로 환급업무를 맡지만 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국세청이다. 국세청은 환급 대상인 1t 이하 자가 화물차가 190만대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연간 최대 24만원의 유가 환급금이 각각 11월과 12월에 지급될 전망이다.
먼저 근로소득자들이 10월에 신청하면 11월에 환급이 이뤄지고 자영업자들은 11월에 신청을 내 12월에 환급금을 받게 된다.
근로소득자의 경우 연소득 3천600만원 미만, 자영업자는 종합소득금액 2천400만원 미만이며 전체 대상인원은 1천38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당초 이 환급금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절반씩 나눠 지급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었으나 당정간 논의 과정에서 지급 효과를 크게 하고 행정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이렇게 연내 한 번에 지급하는 쪽으로 방향이 수정됐다.
정부 추산으로는 근로자와 자영업자 유가 환급금이 3조2천억원, 1t이하 자가 화물차 환급금에 2천억원 가량이 소요된다.
여기에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생활공감정책 점검회의에서는 추석 전에 종합소득세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돌려받을 세금을 받지 못하던 전국 139만명의 영세 자영업자에게 2005∼2007년분 미환급 세금 711억원을 찾아 돌려주는 방안이 결정돼 시행에 들어갔다.
결국 9월부터 12월까지 매월 이런저런 형태로 거둬들인 세금이 도로 풀리는 셈이다.
더구나 내년부터는 연소득 1천700만원 이하이며 18세 미만 자녀 2명이 있는 저소득자를 대상으로 근로장려제세(EITC)가 시행에 들어가면서 '돈 나눠주기'가 국세청의 고유 업무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게 된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돈 풀기를 놓고 정부 내부에서도 그 효과를 놓고 의견이 일치되지는 않은 모습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보면 '푼돈'에 불과할 수 있어도 이 돈이 모두 풀린다면 경제 전체로는 적잖은 소비가 일어날 여지가 생기는 셈"이라며 "중첩된 지원을 받는 사람도 나올 것"이라고 소비진작 효과를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경제부처 관계자는 "정부 방침으로 확정된 것이기는 하나 개인적으로는 소액의 돈을 나눠주는 것보다 미래 경쟁력 창출을 대비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