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물이 많이 깨끗해졌다고 하지요? 주말에 둔치에 가면 곳곳에서 낚시하는 분들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끔씩 한강을 건너는 수영행사도 열리는데요. 혹시 한강 물 맛은 어떤지 아십니까?
두달 전 쯤 오세훈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해봤습니다. 때 마침 당시 오 시장이 철인3종 경기에 참여해 한강에서 수영을 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상황이었습니다. 오 시장은 주저하지 않고 답했습니다. "수영장이 아니라 강물에서 헤엄치면, 강물의 파고 때문에 수영할 때 여러차례 물을 먹을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의외로 한강 물 맛이 괜찮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아리수와 한강 르네상스를 적극 홍보해야 하는 게 서울시장의 입장이겠지만, 솔직히 1급수도 아닌 2급수의 한강 물이 맛있다는 얘기는 믿기 어려웠습니다. 강동대교 상류 한강 수질은 1급수입니다. 그러나 강동대교 아래부터 김포대교까지는 2급수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2급수인데다 그냥 겉보기에도 누리끼리한 한강 물 맛이 좋을 수는 없겠지요.
어제 한강에서 르네상스 관련 기자설명회가 열린 자리에 참석해 한강 수질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한강사업기획단장은 갈수기의 경우, 한강에서 밀리리터당 2천~3천마리의 대장균이 검출된다고 말했습니다. 검출된 대장균은 주로 '인분성' 대장균인데, 탄천과 반포천에서 흘러나오는 축산 폐수가 주 원인이라고 합니다. 상수도의 경우 대장균 기준치는 밀리리터당 1천마리 가량인데, 한강에서는 기준치의 2배 이상 검출되기 때문에 음용과 목욕용으로는 부적합합니다.
한강 물의 수질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지고 보면, 한강이 상수도 수질 기준의 2배 수준이면 예전보다 깨끗해진 건 사실이지요. 각종 하수를 처리해 한강으로 유입시키고, 상류 수질도 1급수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류를 통해 처리되지 않은 폐수가 유입되기 때문에 1급수를 유지하기 어려운 겁니다.
오 시장이 이런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부러 한강 물이 맛있다고 말했을 수도 있겠지요. 현재 한강에는 57종의 어류가 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강준치가 제일 많이 서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많은 어종이 한강에 살고 있다는 건 그만큼 한강이 맑아지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겠지요. 한강의 자연생태를 복원하고 가치를 창조하는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20년 이상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인데, 외형만 바꾸는 계획에 그치지 말고 한강을 1급수 수준으로 정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주길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14년차의 경력에도 왕성한 취재력을 과시하는 유희준 기자는 현재 사회1부 소속으로 서울 시청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굵직한 특종과 호소력 짙은 시사다큐로 2002년 한국방송대상과 2003, 2005년 한국기자상을 두번이나 수상하며 SBS 탐사보도의 위상을 높인 베테랑 방송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