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문화재 52호이기도 한 서울시청사 보존문제에 대한 문화재청과 서울시 생각은 확연히 다르다. 이런 차이는 급기야 한국 문화유산사에서는 유례가 없는 공공기관에 의한 '문화재' 철거를 불러왔고, 광역자치단체장인 서울시장과 중앙정부 기관장인 문화재청장이 상대를 향한 비난을 쏟아붓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서울시가 원형을 보존하는 범위에서 재활용하라는 문화재위원회 권고를 무시하고 그 부속건물 중 하나인 태평홀에 대한 철거를 전격 단행하자 문화재청은 이런 갈등구조를 "법과 법의 충돌"이라고 표현했다.
즉, 서울시의 태평홀 철거행위가 불법이나 탈법은 아니며, 문화재청이 문화재위 심의를 거쳐 그에 대한 철거중지 명령과 사적 가지정을 결의한 것도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한 서울시 생각은 조금 다르다. 우선 서울시는 등록문화재 철거행위가 적법하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한다. 이 대목은 문화재청도 인정한다. 현행법상 등록문화재는 설혹 그것을 부수어 없애버린다 해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사적 가지정에 대한 생각은 다르다. 시는 겉으로는 그것을 받아들여 철거공사를 중지했지만 여차하면 이에 불복할 태세다.
문화유산계에서는 이번 사태에서 서울시를 대표해 대(對) 문화재청 공격의 선봉에 선 주체가 '주택국'이라는 점을 무엇보다 의아하게 생각한다.
이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문화재 관련 업무에 왜 건설 혹은 아파트 관련 업무를 주관하는 주택국이 나서냐는 것이다.
이는 두 기관 간 '문화유산 대 아파트' 논쟁으로 발전케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시가 철거 논리로 내세우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구조안전성이다. 안전진단결과 가장 위험한 D 혹은 E 등급 판정이 나왔으므로, 도서관으로 재활용할 이곳의 시민 안전을 위해서는 일부 철거, 혹은 철거 후 재건축 방식 밖에 없다고 시는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문화재청 반론 또한 단호하다. 아파트에나 적용할 그런 안전기준을 적용하면 한국의 문화유산 중 적어도 건축물은 대부분 철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문화재를 '아파트' 취급하지 마라고 요구한다.
물론 시가 내세우는 안전성에 대한 논란 또한 첨예하다.
문화유산계는 시가 위험성을 과대하게 부풀리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이런 맥락에서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시청사 건물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이 주장하지만, 그렇게 안전성이 위험수준에 와 있다면 어떻게 서울시는 지금까지 이곳을 청사로 활용했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문화재청에서는 지난 96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실시한 '서울시 청사 시설물 구조 안전진단 보고서'에서는 멀쩡하다고 판정한 시청사가 불과 10여 년이만에 위험한 수준에 이를 수 있느냐고 반박한다.
문화유산 시민단체나 문화재청에서는 서울시가 철거 논리로 내세우는 최근의 안전진단 보고서의 신뢰성까지 문제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태평홀 외에도 시청사 본관 건물에 대한 생각도 두 기관은 다르다.
서울시는 이조차도 문화재적 가치가 의심된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2000년대에만 해도 여러 차례 개ㆍ보수를 거쳤기 때문에 문화재적 가치를 거의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시가 생각하는 대로 본관의 일부분 혹은 상당부분을 손을 대어 재건축을 해도 상관없다는 논리인 셈이다.
이런 언급을 접한 문화유산계에서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경주 석굴암을 예로 든다.
이들에 의하면 석굴암은 초창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는 개보수가 이뤄졌다. 문화유산이란 초창기 당시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어야 문화재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중창, 개ㆍ보수 또한 그 역사의 일부라는 것이다.
이처럼 서울시청사라는 공간은 지금 문화재와 주택이 자웅을 겨루는 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