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습했던 8월이 다 지나가고 어느새 9월이 다가오네요. 이번 주에는 공교롭게 액션을 테마로 한 영화로만 두 편 소개해 드리게 됐습니다.
우린 액션배우다(감독: 정병길, 배우: 권귀덕, 곽진석, 12세 관람가)
올 전주국제영화제와 정동진 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독립영화이자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영화제에서 평론가들과 심사위원들이 주는 상이라면 심오하고 난해한 영화라는, 즉 재미없고 어려운 영화라는 낙인이 찍히는데 관객상을 받았다는 것은 일단 영화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TV 다큐같이 진지한 톤의 여자 성우 내레이션이 깔리며 시작되어 '아! 인간극장류의 진지한 컨셉...?'하고 있는데 내용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굴욕(?)적인 감독 개인의 살아온 이력과 사생활을 노출시키며 시작합니다. 액션배우들의 요람인 서울액션스쿨에 2004년 8기생으로 들어온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에너지가 넘치지만 불확실성이라는 안개 자욱한 20대 청춘들의 궤적을 따라갑니다. 다양한 이력을 지닌 젊은이들의 엉뚱한 행동과 생각, 해프닝에 '참 못말리는 청춘들이구만'하며 웃고 즐기다 보면 이들의 애환과 고민이 보이고 후반부 '놈놈놈' 중국 촬영도중 사고로 숨진 주인공들의 선배 지중현 무술감독의 사망소식을 전하는 장면에서는 무거운 숙연함을 보여줍니다.
흔히 스턴트 맨이라 불리는 액션배우들은 스크린에서 보이는 각종 액션장면들에서 얼굴 한번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장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고민하고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액션 연기에 뛰어듭니다. 액션 장면을 준비하고 찍는 과정의 메이킹 필름은 못 보던 영화 속 장면이어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웃고 울리다 코끝 찡하게 마무리하는 리듬을 잘 갖췄습니다. 세속적 의미의 '출세'라는 좁은 궤도의 호화 열차에 오르지 않은 대다수 젊은이들이 자전거를 타든, 뛰어가든, 고물차를 몰고 가든, 자신 앞에 주어진 길을 가며 인생을 알아가고 성장하는 모습이 담겨있는 영화입니다.
스페어(감독: 이성한, 주연: 정우, 임준일, 코가 미즈키, 15세 관람가)
이 영화가 데뷔작인 이성한 감독은 30대 후반의 나이에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 독특함은 내세울게 별로 없어서 독특하다는 겁니다.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다니던 건설회사를 그만두고 "더 나이들면 못할 것 같아서" 젊은 시절부터 꿈꿔온 액션 영화를 만들겠다고 준비를 시작했는데 영화 관련 경력은 1년 과정의 모 문화센터 영화강좌 수료입니다. 좀 늦게 시작한 류승완 감독이라고나 할까요.
어려운 형편에 사채를 끌어썼다가 협박에 시달리는 광태(임준일)는 우연히 일본 야쿠자 보스에게 간을 팔아넘기고 그 돈으로 빚을 갚기로 하는데 그 과정을 중개하던 친구 길도(정우)의 배신으로 난처한 지경에 처합니다. 여기에 사채업자 무리와 야쿠자 무리가 얽히면서 피할 수 없는 대결이 벌어지게 되지요.
감독의 특이함만큼 영화 형식도 특이합니다. 우선 영화음악으로 우리 국악만을 사용했는데 그 리듬과 장단이 액션 장면과 잘 맞아떨어져 훌륭하게 기능합니다. 또 컴퓨터 그래픽이나 와이어 액션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맨몸액션에 슬로모션이나 빨리 돌리기가 없는 100% 리얼액션을 내세웁니다. 배우들의 몸놀림이나 달리는 장면에서 아날로그 액션의 순수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좌석 뒤편이나 좌우에서 흘러나오는 고수들의 추임새는 처음에는 낯설지만 나름 즐길만한 독특한 시도입니다.
정통 액션영화를 표방했지만 액션 분량이 그리 많지 않고 속편을 염두에 둬서 그런지 클라이막스가 밋밋한 편이고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점 등 신인감독다운 미숙함이 보이지만 길도를 연기한 정우의 능청스런 연기가 눈에 뜨이고 임준일의 풋풋한 얼굴에서 나오는 날렵한 몸동작과 코가 미즈키의 엄청난 무게가 부조화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영화입니다. 특히 악덕 사채업자를 연기한 김수현은 조연이면서도 영화의 무게중심을 훌륭하게 잡아나가는 내공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