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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 반장] 총은 들었는데 총알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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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정준형 기자입니다.

누군가를 한번 때려주고 싶은데, 때릴 힘은 없고 마음만 괴롭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니 그런 경우가 자주 반복된다면 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마도 아래 세가지 경우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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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꾹 참았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때릴 기회를 엿본다.

 2. 때리지는 못하되 상대방을 끊임없이 괴롭힐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는다.

 3. 자신의 무기력함을 깨닫고 체념한다.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또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상황이 딱 이런 상황입니다.

민주당이 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과 함께 '이명박 정부 방송장악 및 네티즌 탄압'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야3당은 국정조사 요구 대상으로 아래 5가지를 정했습니다.

 1. 방송언론 탄압의 청와대 개입여부

 2. 방송사와 방송유관 기관 낙하산 인사 실태

 3.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의 불법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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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네티즌에 대한 검찰 수사 문제

 5.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통한 언론장악 기도실태

특히 지난 17일 있었던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직 KBS 임원 4명의 모임이 드러난 게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의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국정조사 요구서가 국회에서 채택돼 시행되려면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승인을 받아야합니다.

재적의원은 299명, 따라서 150명 이상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국정조사를 채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의석 수는 83석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민주노동당 5석과 창조한국당 2석을 합하더라도 90석에 불과합니다.

더구나 KBS 사장 교체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여온 18석의 자유선진당의 경우  KBS 사장 문제를 정치쟁점화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주당 등 야3당의 국정조사 추진 움직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172석으로 절대 과반인 한나라당은 당연히 국정조사까지 갈 사안이 아니라며 반대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국정조사 요구서가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입니다.

이는 다시말해 민주당이 국정조사한다고 뽐만 잔뜩 잡았다가 체면만 구기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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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국정조사만 추진한 게 아닙니다.

지난 17일 청와대 인사들과 방송통신위원장이 KBS 전현직 임원들과 대책회의를 가진 사실이 드러난 이후 민주당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공세를 집중했습니다. 최시중 위원장이 언론장악의 핵심인물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민주당은 최시중 위원장에 대해 사퇴촉구 결의안과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전망이 불투명합니다. 왜냐, 사퇴촉구 결의안이나 탄핵 역시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를 파헤치겠다며 총을 집어들었지만, 공포탄을 쏘는 것 말고는 막상 민주당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는 셈입니다.

민주당으로서 '수'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민주당 역시 이런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해도 안된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지난 4~5월 한미 쇠고기 협상 문제가 한창 논란이 일 때 민주당 내부에서 당시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에 대해 해임건의안을 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려면 역시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지도 못할 일을 추진했다가 괜히 모양만 구길 수 있다며 해임건의안을 내는 방안을 포기했습니다.

자칫 소수 야당의 한계만 노출돼 당이 무기력해질 수 있다는 지도부의 우려가 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민주당 지도부가 이번에는 체면을 구기더라도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17일 청와대 인사들과 방송통신위원장등의 대책회의로 청와대의 인사개입 의혹이 커진 만큼, 국정조사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이를 정치 쟁점화해 여론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만난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동안 국정조사나 해임건의안 등을 추진하는데 대해 당 지도부가 조심스러웠다. 괜히 한계만 드러나는데다 정치공세라는 비난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회가 생기면 적극 추진해야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잔펀치라도 자꾸 때리다보면 언젠가 큰 것 한방을 때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과거 여소야대(與小野大)의 국회 상황에서 국정조사나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야당이 가진 가장 큰 무기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18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이 마저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현지 진행되고있는 쇠고기협상 국정조사의 경우엔 '국회 등원'이라는 압박카드가 있었기 때문에 여당과 국정조사 합의가 가능했습니다.

시름이 커지고 있는 민주당이 어떤 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지를 관전하는 것도 정치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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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90년대 SBS 사회부의 민완기자였던 정준형 기자는 법조팀과 경제부 등을 거쳐, 사회부 사건팀을 이끄는 시경 캡을 역임한 뒤 지금은 정치부 야당팀의 현장반장으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때론 거칠면서도 정이 듬뿍 넘치는 인간미가 담긴 뜨끈뜨끈한 기사들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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