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꽃'이라 불리는 게 있다. 바로 상임위원장이다.
그렇다면 상임위원장은 어떤 자리인가?
소관 정부 부처와 관련된 법안과 예산, 현안 질문 등 모든 상임위 활동을 총괄하는 자리다. 단적인 예로 위원장이 법안을 상임위에 상정하지 않으면 처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법안이 법률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본회의에서 처리되기에 앞서 상임위를 통과해야한다.
그런 만큼 상임위원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정부 부처가 사업을 추진할 때 만약 소관 상임위원장의 지역구가 사업 권역에 들어간다면 위원장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해당 부처가 우선적으로 알아서 챙겨준다는 게 국회 보좌진들의 설명이다.
부가적인 혜택도 있다.
먼저 의원회관에 있는 방과는 별도로 국회 본청에 넓직한 사무공간이 제공된다. 상임위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고 20명 가까운 위원회 소속 직원들도 거느리게 된다.
금전적인 지원도 빠질 수 없다.
상임위원장에게는 위원회 활동비 6백만원을 포함해 직급보조비와 월정직책급, 차량유지비 등 매달 1천만원 가량의 수당과 운영비가 지원된다. 큰 꿈을 꾸는 정치인이라면 경력관리에도 필수적이다.
3선 이상이라면 누구나 넘볼 만한 자리다. 하지만 상임위원장 자리는 18개 뿐이다. (17대 국회에서는 19개였지만 18대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폐지되면서 1개가 줄었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11나 가져간 한나라당도 경선을 치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하나, 전반기 국회와 후반기 국회 중에서 유독 전반기에 위원장을 하려는 이유는 뭔가?
상임위원장의 임기는 2년이다. 전반기에 위원장을 못했다면 후반기에 할 수 있다. 당 원내 지도부 역시 경쟁자가 2명 있다면 A는 전반기, B는 후반기에 하라고 조율을 시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선을 시도하는 이유는 전반기에 위원장을 해야만 이후 2년 동안,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당직을 맡을 수도 있고 청와대나 행정 각 부의 장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 만약 후반기에 이런 자리를 제의받는다면 위원장 자리는 포기할 수 밖에 없다.
불확실성도 한 몫한다.
현 원내지도부가 후반기 자리를 약속한다지만 원내지도부의 임기는 1년이다. 2년 뒤 후반기 상임위원장을 배분할 때 이미 현 지도부는 없다는 얘기다. 지도부로서는 뭔가 대안이 필요하다. 상임위원장 대신 줄 뭔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것이 바로 특별위원회 위원장이다. (다만 예결특위와 윤리특위 같은 상설특위는 제외한다)
현행법상 국회는 2가지 위원회를 둘 수 있다. 앞서 말한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다. 국회법 44조 1항은 "수 개의 상임위원회소관과 관련되거나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한 안건을 효율적으로 심사하기 위하여 본회의의 의결로 특별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해당 사안이 여러 상임위에 걸치거나 중요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본회의 의결로 특위를 꾸릴 수 있다는 거다.
본회의 의결로 만드는 만큼 국회법으로 정해야하는 상임위와 달리 숫자 제한도 없다.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달 31일 한나라-민주의 원구성 협상에서 양당은 9개 특위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위원장 자리는 한나라 4: 민주 4: 선진 1로 했다.
하지만 선진.창조 모임이 새 교섭단체로 등장해 원구성 협상에 참여하게 되면서 최종적으로 한나라 4: 민주 4: 선진 2가 됐다. 전체 갯수는 10개로 늘어났다. 선진당이 상임위원장 2자리를 요구하다 여의치 않자 특위 위원장 1자리를 추가로 요구했고 한나라-민주 양당은 자신들의 몫을 나눠주지 않는 대신 아예 특위 하나를 새로 만든 것이다.
특위 위원장의 경우 상임위원장에 비해 권한이 작고 별도의 사무실이 없지만 매달 천만원에 달하는 수당과 운영비는 상임위원장과 똑같이 지급된다. 하지만 쟁점이 되는 일부 특위를 제외하면 하는 일도 거의 없다. 실제로 이번 18대 국회에 신설되는 규제개혁특위와 남북관계발전 특위의 경우 지난 17대 국회 때도 똑같이 설치됐었지만 임기동안 단 두번 회의를 여는데 그쳤다. 대부분의 특위 업무가 기존 상임위와 중복되는 탓이다.
국회 보좌진들조차 중진급 의원들의 자리를 챙겨주기 위해 불필요한 특위가 제대로 된 검토조차 없이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위는 필요하다. 그러나 먼저 필요한 특위와 그렇지 않은 특위부터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위별로 내실있는 특위 운영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무노동 무임금을 막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18대 국회가 이를 실천해보길 기대한다면 너무 지나친 바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