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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박 반장] 가축법 위헌논란…그리고 정치적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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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지난 19일 국회 원구성의 전제조건으로 합의한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을 놓고 농수산식품부에 이어 법제처까지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면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법제처의 주장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 수입이나 광우병 발생으로 중단됐던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 경우 "국회의 심의"를 받도록 한 것은 정부의 행정입법권을 국회가 침해함으로써 헌법이 부여한 3권 분립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겁니다. 수입위생조건을 행정입법의 유형인 고시로 위임해놓고는 이를 다시 국회 심의를 거치도록 한 것은 그 자체로도 모순이라는 논리입니다. 좀 어렵죠? 아주 쉽게 말해서, 외국과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지를 정부가 결정하도록 해놓고는 이를 다시 국회의 심의를 받게 하는 게 말이 안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국회의 입장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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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든 야당이든 공통된 반론은 이렇습니다. '국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지 국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한게 아닌 만큼 국회 심의라는 게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는 겁니다. 단지, 국민의 의사를 정부에 전달하는 정치적 구속력만 가질 뿐이라는 거죠. 또한,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법제처의 주장을 법리적으로도 반박합니다. 이를테면, 가축법에서 정부에게 고시의 형태로 위임해놓고 이를 국회 심의를 통해 뒤집으려 한다는 법제처 주장에 대해서는 고시는 법률보다 하위 개념인 만큼 법률로서 고시의 효과를 회수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법이란 게 워낙 어려운데다 국제통상 문제와 맞물려 있어 우리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공방입니다. 다만, 법제처와 국회간의 공방을 보면서 정치부 기자로서 현실적 문제가 무엇이 생기게 될까를 따져 봤습니다. 여야가 원구성 협상을 하면서 정치적 절충을 이룬 만큼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회의 심의"를 받도록 한 것에 대해 정부 권한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예를 살펴 보면 쉽게 이해가 갈 듯 합니다.

자, 재작년에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산 쇠고기는 이번 가축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들여오게 됩니다. 왜냐하면 부칙조항을 통해 기존의 협상은 유효하다는 단서조항이 달려 있거든요. 그렇다면 중단됐던 미국산 30개월 이상된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할 경우를 살펴봅시다. 일정 기간이 지난뒤 정부가 30개월 이상된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지를 결정하려 할 겁니다. 그런데 가축법에 따라 국회의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설사 국회 심의에서 수입재개가 옳지 않다라는 결론이 나온다 하더라도 정부는 수입을 재개할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국회의 결정이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죠. 다만 정치적으로 정부는 국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입을 재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됩니다.

이런 경우도 있을수 있습니다. 국회심의과정에서 다수당인 여당이 "수입재개에 아무 문제없다"라는 입장을 펴는 반면, 소수당인 야당이 "수입재개해선 안된다"라는 입장을 펴게 될 경우도 있을 겁니다. 현재로선 가장 가능성이 높죠. 그럴 경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있을 겁니다. 심의의 기간도 길어질 겁니다. 국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한 만큼 정부는 수입재개 결정을 내리기 전에 국회 심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마냥 시간을 지체할수 없는 만큼 다수당인 여당이 국회심의 결과를 표결로 하자고 할수 있을 겁니다. 과반수가 넘으니까 통과는 되겠죠. 그럴 경우 국민의 여론과 반하는 결정이라면 그 부담은 한나라당이 지게 됩니다.

즉, 수입재개를 정부가 결정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국회 심의라는 것이 법적 구속력이 없고 정치적 구속력만 가진다는 말이 이런 뜻일 겁니다. 이번 원구성 협상에서 야당인 민주당은 국회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자고 맞섰습니다. 한나라당은 상임위 심의만 받자고 주장했습니다. 팽팽한 대치 끝에 국회의 동의도, 상임위 심의도 아닌 '국회 심의'로 서로 한발씩 양보했습니다. 민주당이 강경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접점에 다가갈수 있었던데는 어쩌면 앞서 말한대로 이런 정치적 구속력을 통해서 정부건, 여당이건 부담을 지울수 있고 상대적으로 야당으로서는 정치적 부담을 면제받을수 있기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반면, 여당은 정부의 정책을 책임지고 이끌면 문제없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내가 총대를 메겠다"면서 정부 설득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일 겁니다. 결국 여야 모두 고도의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 심의"를 둘러싼 법제처와 국회간의 법리 공방은 청와대가 "국회에서 법을 보내오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밝힘으로써 싱겁게 끝났습니다. 어쩌면 청와대도 법리적 문제점을 알고는 있겠으나 정치적 해법으로서 불가피한 절충임을 알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야가 서로를 죽일듯이 달려들어 싸우면서도 치열하게 빠져나갈 구멍과 치고들어갈 구멍을 찾아내는 정치적 셈법은 가축법 개정안을 통해 법리공방을 낳게 됐지만, 82일간의 국회 파행은 끝낼 수 있게 했습니다. 다만, 앞으로 이 정치적 셈법이 30개월 이상된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 경우에 정치적 공방으로 재현될 소지가 매우 높다는 게 문제로 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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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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