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정준형 기자입니다.
정치권에서 '정보'는 아주 중요합니다. 정치인들은 정보에 목이 말라합니다.
개인적인 이유에서부터 정당 차원의 정국대응을 위해서도 유용한 정보의 필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10년 여당을 하다 야당이 된 민주당에서 최근들어 "정보가 없다" "정보 라인이 말라버렸다"라는 한탄섞인 말들이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잇따라 터진 여권 관련 비리사건들을 보십시오.
서울시의회 뇌물사건, 대통령 영부인 사촌언니 금품수수 사건, 유한열 전 한나라당 상임고문 납품비리 사건 등 하나같이 폭발력이 큰 사건들이었습니다.
촛불정국에 이어 이게 웬 호재냐라며, 민주당은 여권을 향해 날을 세우며 연일 공세를 퍼붓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만,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비리 사건들과 관련해 결정적으로 한방을 먹일 추가 폭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제 이렇게 한 말을 오늘 이렇게 말하는 형국이 되버렸고,이는 여당에 오히려 정치공세라는 빌미를 주기도 했습니다.
과거 사례를 되짚어보면, 권력형 비리 사건이 터질 경우 야당에서 추가 폭로를 제기하고, 이를 언론이 확인하고 받아서 대서특필하면서 사건이 '대형 게이트'로 번지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추가 폭로를 한 야당 의원들은 이른바 '저격수'로 불리며,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잇따라 터져나온 여권관련 각종 비리 사건에도 야당에서 이렇다할 추가 폭로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김재윤 의원 로비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오히려 야당이 수세로 몰리는듯한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에대해 민주당 사람들은 정권 초에 너무 일찍 사건이 터졌다고 말합니다.
보통 '권력형 비리'라는게 임기 말에 터지는 법인데, 이번 사건들은 예상밖으로 정권 초에 터졌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당으로 '제보'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게 민주당측의 분석입니다.
정권 초라 제보가 들어오지 않는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사정기관이나 정보기관 사람들이 집권초반 서슬퍼런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야당에 제보나 정보를 주지못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사정기관이나 정보기관 뿐아니라 다른 정부기관이나 기업에서도 내부 고발자들의 제보가 있어야하는데, 이런 제보들이 최근들어 아예 끊겼다는게 민주당측의 설명입니다.
민주당 권력형비리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있는 박주선 의원(검찰 출신)도 "정보가 들어오지 않아 추가로 폭로할 게 없다. 야당으로서 의혹만 제기할 뿐이다. 정권초라 바짝 엎드린 것 같다."라는 말합니다.
야당으로서는 답답하겠죠. 심증은 가되 물증은 없고...
비단 비리사건 뿐아니라, 최근 강경모드로 전환한 여권의 국정운영 기조에 대응해나가기 위해서라도 정보가 필요할텐데, 이게 말라버렸으니 민주당이 많이 답답해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권을 잃고 야당이 된 민주당에게, 지금의 '정보 고갈'은 '야당'임을 뼈저리게 실감케하는 체험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편집자주] 90년대 SBS 사회부의 민완기자였던 정준형 기자는 법조팀과 경제부 등을 거쳐, 사회부 사건팀을 이끄는 시경 캡을 역임한 뒤 지금은 정치부 야당팀의 현장반장으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때론 거칠면서도 정이 듬뿍 넘치는 인간미가 담긴 뜨끈뜨끈한 기사들을 보내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