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19일 발표한 상장·퇴출 선진화 방안은 상장과 퇴출을 보다 원활히 해 시장에 젊고 맑은 피를 수혈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금융당국은 돈이 필요한 비상장 기업들에 보다 쉽게 상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부실한 상장사를 시장에서 즉시 퇴출시킴으로써 시장이 자금조달 창구라는 제기능을 발휘하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런 선진화 방안을 들고 나온 데는 무엇보다 주식시장에서 이뤄지는 탈.위법 행위가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해졌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불공정거래와 공시의무 위반 사례가 늘어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고, 시장 활력도 떨어져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 기능마저 위축되고 있는 양상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증시 불공정거래 건수는 2006년 186건에서 2007년 218건으로 늘어났고, 올해 상반기에는 88건을 기록했다. 불성실공시 법인 수는 올해 상반기에 82개사로 작년 동기의 배에 육박했다.
신규 상장사 수는 2007년 상반기 25건에서 올해 상반기 26건으로 비슷한 반면 퇴출 기업수는 12곳에서 19곳으로 늘어났고, 코스닥시장에서 4~6년 연속 적자 기업 수는 196개사에 달한다.
이와 관련, 권혁세 금융위 증선위원은 "내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져 주식시장 내 불건전 행위는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내놓은 상장·퇴출 선진화 방안은 시장의 우려를 상당부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이런 기대는 우선 규모나 산업별 특성에 따라 기업이 상장요건을 선택할 수 있게 돼 보다 많은 기업들이 상장 기회를 갖게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예컨대 상장기간에 시가총액 요건을 추가해 시가총액이 200억원 이상(코스닥 90억원)이면 자기자본이 부족하더라도 상장이 가능해졌고, 이익은 부족해도 시가총액과 매출액 등의 외형을 갖춘 기업도 상장 재무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된다. 또 소액주주 지분율도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현재 10~30%에서 10~25%로 낮아져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상장을 할 수 없었던 일부 기업들도 상장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 강화된 일부 상장퇴출 기준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실효성을 따지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물론 장기간 상습적으로 공시 의무를 위반했거나 5년 연속 영업손실을 낸 상장사의 퇴출 기준이 도입됨에 따라 부실 기업 투자로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줄어들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은 어느 정도 갖춰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연속 적자 상장사에 대한 퇴출 기준의 경우 금융당국이 소급적용하지 않고 2008회계연도 사업보고서부터 적용키로 함에 따라 당장 제도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속 적자를 낸 상장사의 퇴출 기준을 소급적용하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내년부터 이 기준을 적용하면 매년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장사의 첫 퇴출은 2013년쯤에나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또 증권거래소가 횡령·배임이나 분식회계와 관련된 상장사의 퇴출을 위한 실질심사를 어느 정도 실효성 있게 운영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