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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교육계 딜레마…국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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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육은 수많은 딜레마를 갖고 있습니다. 교육 분야의 취재를 시작하면서 수많은 딜레마를 맞닥뜨리다보니 교육 문제에 있어 해답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 아닐까 막막할 정도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 하나만 예를 들어볼까요? 영어 교육에 대한 우리나라의 유별난 집착은 많은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죠. 조기 유학이나 연수로 인한 막대한 외화 지출, 영어 사교육 시장의 기형적인 거대화 등등….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교육 부문에서 영어교육을 강화한다고 나서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교육에서의 영어 비중이 커지다보니 자녀들이 경쟁에서 뒤떨어질까봐 우리 학부모들은 더 영어교육에 매달리고 그러면 이 분야의 사교육 시장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병을 고치기 위해 약을 쓰는데 그 때문에 병이 더 깊어지는 형국인 거죠.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겠다고 나선 국제중 문제 역시 또하나의 딜레마입니다.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은 "서울 지역 학생들이 국제중에 가기 위해 경기도로 등,하교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지 않냐"며 서울 국제중의 필요성을 주장합니다. 수요가 있으니까 그에 맞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 말만 따로 떼서 보면 맞습니다. 문제는 파급 효과들이 반드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서울에 국제중이 생기면 그냥 가까운 중학교에 자녀를 보내려던 많은 학부모들이 국제중에 입학시키기 위해 특별한 조치에 나서겠죠. 지금도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려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준비를 시켜야한다는 말이 정설로 굳어져 있는데 이제 국제중에 입학시키려면 유치원 때부터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국제중 추진으로 가장 크게 환호성을 올리는 곳은 영어 유치원이라는 말이 파다합니다.

국제중 추진설만 나왔는데도 벌써 강남 학원가가 들썩거리는데 대해 서울시 교육청도 고민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국제중 입학을 추첨제로 한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중에 가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모아놓고 추첨을 한다면 입학 시험 준비를 위한 사교육은 필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가능한 얘기일까요? 국제중은 전과목 영어몰입교육을 표방하는 곳입니다.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는 뜻이죠. 따라서 학교 입장에서는 들어오려는 학생이 영어로 수업을 받을 능력이 있는지 정도는 확인해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않으면 과욕을 부려 국제중에 억지로 들어왔다가 영어로 하는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중도 탈락하는 학생이 부지기수일 것입니다. 이런 학생이 많다면 영어로 하는 수업 자체가 불가능해지겠죠. 그런데 국제중에 이런 기본적인 검증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 일단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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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청은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1단계에서 학교장 추천과 경시 대회 입상 기록으로 거르고 2단계로 생활성적기록부를 참조한 뒤 3배수를 뽑아서 이 가운데 추첨을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합니다. 다만 영어 구술 면접 시험은 못보도록 한다죠. 영어 관련 사교육을 더이상 부추기지 않겠다는 의지죠. 일견 그럴듯한 절충안 같지만 거꾸로 보면 이도저도 아닌 해법입니다. 우선 앞서 말했듯이 국제중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가장 기본적인 자질을 검증하는 것을 막는 불합리한 제도라는 점입니다. 더구나 일단 2단계 전형까지 통과하는데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결국 학생들은 경시대회 대비 사교육, 학교생활성적을 올리기 위한 사교육에 시달릴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입니다. 사교육의 폐해는 줄이지 못하면서 입학 전형만 불합리하게 만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져올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이런 딜레마 때문에 선뜻 서울시교육청의 국제중 추진에 동의할지를 결정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언젠가 서울 국제중 도입은 필요하고 또 추진해야겠지만 내년 3월에 당장 시작하기에는 여론의 역풍이 우려돼 난감하다는 것이 정부의 속내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구요? 해답을 쉽게 구할 수 있다면 딜레마라고 부르겠습니까! 다만 문제가 어려울 수록 원칙과 원론부터 따져보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우리나라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하는 것은 적어도 중학 수준까지는 모든 국민이 사회의 공통적 가치관과 신념, 상식을 배우고 기르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일 것입니다. 쉽게 말해 중학생 때까지는 누구나 비슷한 교육을 받아 다름 보다는 동일함의 가치를 더 많이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죠. 만약 선천적으로 뛰어난 자질을 지닌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교육의 수월성을 보완해야 한다면 월반 제도 등과 같이 기존 교육의 프로세스 내에서 소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런데 중학교 때부터 남과 다른 교육을 받는 이질적인 학교, 트랙을 만들겠다는 발상…지나친 경쟁 지상주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듯 싶습니다. 나아가 전 유권자의 7%도 안되는 지지로 교육감에 오른 공정택 교육감의 첫 행보라는 측면에서는 더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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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보도국의 신사'로 불리는 우상욱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사회,정치,경제부를 두루 거치며 지금은 사회1부의 교육담당 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성실한 취재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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