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검이 1년7개월여에 걸친 과학수사를 통해 자칫 '자살'로 결론날 뻔한 20대 여성 변사사건을 살인사건으로 규정, 숨진 여성의 애인 A(28)씨를 11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A씨의 애인 B(당시24세·여)씨는 2006년 12월 21일 오후 9시 10분께 A씨와 다투다 대전시 중구 산성동의 5.5m 높이의 철도 육교에서 떨어져 중증 뇌손상 및 출혈성 쇼크로 숨졌다.
당시 A씨는 경찰에서 "B씨가 투신했다"고 주장했으며 경찰이 사건발생 직전 A씨와 B씨가 심하게 다퉜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근거로 B씨가 다툼 도중 A씨에게 떼밀려 육교 아래로 떨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A씨에 대해 폭행치사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도 "직접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질 뻔했다.
그러나 검찰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B씨가 육교 난간을 등지고 밀려 떨어지는 경우 최종 추락자세가 가능함을 확인했으며 이후 서울대 및 충남대 법의학팀과의 의견교환을 거쳐 B씨가 목이 졸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떨어졌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검찰과 법의학자들은 우선 숨진 B씨의 목뼈 손상 없이 목부위 연골만 부러진 것은 단순 추락에 있어서는 사례를 찾을 수 없으며 결국 손으로 목이 졸린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또 B씨의 얼굴과 눈꺼풀, 입술점막에 나타난 점상출혈도 다양한 임상사례와 학술보고 사례들을 중심으로 살펴본 바 상당히 강하고 지속적으로 목이 졸려 머릿부분의 혈압이 급속히 높아지는 경우에 나타날 뿐 추락과 무관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일반적으로 의식이 있는 상태로 추락하면 손이나 팔로 머리 등 주요 부위를 보호하려는 반사동작을 취하지만 B씨는 이 같은 동작 없이 그대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떨어졌음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근거가 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실체를 밝혀나가는 과정을 정리하면 하나의 법의학 연구논문이 될 것"이라며 "'살인사건의 가장 중요한 증거는 피살자 시신에 있다'는 수사격언을 믿고 법의학자들과 함께 사건 당시 상황을 모순 없이 재구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판과정에서 법의학적 소견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최고의 전문가가 오랜 기간의 철저한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이기에 피고인측 주장에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A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