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지난 5월 원칙적 합의를 발표한지 두달 여만입니다. 그만큼 두 당간 협상에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지요.
이념이나 정책이 다른 두 정당의 야합이 아니냐는 정치권의 비난에 대해 두당은 부정합니다.
실제로 공동교섭단체를 꾸려가겠다면서 최근 각종 현안에 대해 너무나도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세명의 새 장관 임명을 대통령이 강행한데 대해 선진당은 인사청문 시한을 넘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치를 비난하며 대통령은 할 일을 했다고 두둔합니다. 반면, 창조한국당은 대통령의 독단이라고 비난합니다. KBS 정연주 사장의 해임 문제와 관련해서도 선진당은 정사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 반면, 창조한국당은 대통령을 공격합니다. 한미 정상회담으로 한때 불거졌던 아프간 재파병 문제와 관련해서도 선진당의 입장은 찬성, 창조한국당의 입장은 반대였습니다.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고도 이렇게 다른 목소리를 내는데 대해 정치권의 시각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창조한국당 김서진 최고위원이 문국현 대표의 탈당과 합의 철회를 요구하는 단식농성에 나서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두 당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대운하와 공교육 등 4가지 사안에 대해서만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합의한 만큼 그 밖의 다른 사안에 대해 각당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문제될게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한나라당과 민주당등 두 거대정당의 독단에 의해 국회가 좌지우지 되는 상황에서 소수 정당의 목소리를 내고 국회 운영을 제대로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 제 3의 교섭단체가 존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게 쉽게 될까하고 의구심을 갖는 분들이 많아 보입니다. 4가지 사안에 대해서만 입장을 통일한다 해도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대체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과거에 DJP연합이 있었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탄생의 핵심이었죠. 전혀 다른 이념 성향의 두 정당이 정책연합을 통해 정권을 창출하고 이후 정부에서도 함께 일했던 것, 많은 분들이 기억합니다. 그때도 여러 가지로 정책현안과 관련해 목소리를 맞추기 어려워 곤혹스러운 일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번 선진과 창조의 모임은 아예 처음부터 사안별로 다른 목소리를 내겠다고 공언하면서 그런 곤혹스러움을 차단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국회에서 상임위원장 1석을 배분받고, 또 국회 운영의 협상자로 참여하겠다는 것 이외에 다름 아닌 듯 합니다. 엊그제, 총리의 국회 쇠고기 국조특위 불출석 문제를 놓고 야3당이 합동의원총회까지 열면서 공동 보조를 취했지만, 선진당은 스스로 야권 공조에서 발을 뺐습니다. 그러면서도 총리의 불출석은 대변인 논평 등을 통해 비난합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로서도 앞으로 각종 현안이 터질 때마다 참 헷갈리는 일이 많아지게 생겼습니다.
이런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지금은 국회가 파행 상태라 국회운영과 관련한 두 정당간에 이견이 노출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국회가 정상화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사사건건 충돌할 때, 제 3의 교섭단체로서 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동일 교섭단체이면서도 각각 한나라당과 민주당측과 보조를 취할 가능성이 많아 보입니다. 이를테면, 국정조사등을 놓고 여야가 협상을 벌일 때 누구를 국회에 증인으로 세운다던지 참고인으로 부른다던지 할 때 두 당의 입장이 갈릴 경우 어떻게 할까요? 그때는 제3교섭단체의 대표가 자기들끼리 입장 조율하느라고 꽤나 부산할 것 같습니다. 국회 운영과 관련해 여야간 협상이 무척이나 자주 있다는 점, 그리고 사안마다 충돌하면서 대치가 반복되는 과거의 전례에 미뤄볼때 한나라당과 민주당간의 대치에다가 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조율까지 끼어들면 협상 경과는 참으로 복잡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주장하는대로 과연 소수정당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불가피한 공동보조로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국회운영에 기여할지, 아니면 거대 여야 사이에 끼어 캐스팅 보트로서 활동하면서 국회운영을 더 꼬이게 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두 당간에 계속될 한 지붕 딴 목소리는 별개로 하더라도 말이죠.
[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