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LIVE

생활의 발견-'발자국 안에서'


Google 즐겨찾기에 SBS뉴스 추가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문득 내가 속해있는 지금 이 사회가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개인의 희망과 행복이 철저히 사회라는 큰 시스템에 의해 통제되는 사회, 물론 내가 속한 이 사회만의 얘기는 아닐 거라는 생각도 물론 한다. ‘사회란 원래 이런 거야’ ‘이게 사회야’라며 스스로 당연시 여기며 ‘나’라는 존재는 점점 변해간다. 이렇게.  ‘사회성을 갖춘 구성원’으로 점점 변해간다. 젊었을 때는 쉽고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점점 ‘그렇긴 하지만…….’ ‘네 알겠습니다……..’ ‘네, 맞습니다. 제 생각이요? 저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ㅠㅠ ‘ 결국 이제 나는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사는 지 문득 ‘생각’을 해 보다가 결국엔 변해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이 ‘사회’의 무서운 교화작용에 감탄(?)할 뿐이다. 서글픈 얼굴에서 순간 감탄스런 얼굴로 변해가는 아이러니 그게 나이 먹어가면서 차차 알게 되는 생활의 발견이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연극 ‘발자국 안에서’는 나에게 그런 아픈, 생각하기 싫은 현실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냥 잊고 하루 하루를 그냥 살아가고 있는데 연극은 나를 무대 위의 주인공으로 슬금슬금 끌어 내렸다. 아주 슬금슬금…….

한 남자가 쌀집으로 이사를 왔다. 그는 화가다. 살인사건이 있었던 쌀집이었지만 젊은 화가는 그것을 더 맘에 들어 했다. 화가는 쌀집을 자기의 작업실로 이용한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문제다. 화가의 작업실, 즉 옛날 쌀집에 와서, 이제는 쌀집이 아닌데, 쌀을 달라고 한다. 한명, 두명, 반복해서, 무더기로, 오늘 내일, 그리고 모레에도,………………………………
아니라고, 내 작업실이라고 화도 내 봤지만 자기만 손해다. 결국 화가는 포기하고 쌀을 갖다 놓는다. 작업실 한편에는 쌀을 놓고 한편에서 화가는 그림을 그린다.

한 번 트여진 물꼬는 이제 걷잡을 수 없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 김치와 담배를 팔라고 요구한다. 물론 화가는 화를 냈다. 쌀을 갖다 놨으면 됐지 이제는 김치와 담배까지 요구하냐고. 아 ! 여기서 주민들 말이 정말 기가 막힌다.. ‘쌀을 갖다 논 사람은 당신이잖아 당신이 쌀을 갖다 놓고 팔았지 우리가 갖다 놓은 게 아니잖아’ 그래 그렇다. 겉으로만 보면 화가가 쌀을 갖다 놓은 것 맞다. 그래 맞다. 화를 내다 결국 쌀집에 김치와 담배가 들어온다.

광고
광고 영역

그 이후…………………………………………….. 화가의 작업실은 아예 쌀집으로 바뀌었다. 그냥 쌀집으로만 바뀐 게 아니라 온갖  상품들로 가득찬 가게로 바뀌었다. 화가의 이젤은 그 많은 상품들 뒤로 밀려 어딘가에 쳐박혀버렸다.

대학로에서 진지한 작품의 명콤비로 평가 받고 있는 김광보 연출과 고연옥 작가의 ‘발자국 안에서’는 나에게 ‘변해가는 나’를 아프게 보여줬다. ‘그래 나도 그랬지’ ‘어, 그러면 안 되는데 한번 허락하면 끝인데…’ ‘아 – 뒤늦게 깨닫고 바꿔보려고 하지만 떠날 수 밖에 없지’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고연옥 작가는 우리가 사는 이곳은 발자국으로 상징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사는 도시, 그 도시는 모든 것이 있으면서도 모든 것이 없는 곳이라고’ 그리고 ‘그곳은 발에 짓밟힌 발자국’이라고. 그렇다. 이 도시는 어쩌면 모든 것이 있다. 마치 편의점처럼 없는 것이 없다. 그러나 그곳에는 또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는 지도 모른다. 정작 있어야 할 것은 없고 없어도 되는 것만 있는 곳 그곳이 우리가 사는 이 도시 일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톡톡 튀는 인간적인 개인은 발에 의해 짓밟히고 그곳은 발자국처럼 평평해지거나 신발의 모양처럼 규칙적인 문양만 남는다. 우리는 지금 그런 발자국 안에서 살고 있으리라……….

김광보 연출은 주인공 화가를 제외한 다른 배우들에게 회색의 옷을 입히고,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종종걸음을 걷게 했다. 주인공 화가도 나중엔 그 구부정한 종종걸음을 연습한다. 어쩌면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김 연출은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회색 빛 틀에 박힌 현실을 그렇게 연출했다. 마을 주민들이 화가에게 쌀과 김치와 담배를 팔 것을 요구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리플레이 시키면서 이 사회의 끊임없는 ‘사회성 있는 인간 재생산’의 과정을 적나라하면서도 가볍게 표현했다. 무거운 주제를 가벼움 속에 실려 보내는 연출이 돋보였다. 무거우나 절대 무겁게 보이지 않는 일상의 무게, 생활의 무게,  나는 연극 ‘발자국 안에서’를 보고 내 생활을 발견했다. 씁쓸한 우리의 생활을……………………………

**** 연극 '발자국 안에서'는 대학로 '혜화동 1번지' 극장에서 지난 일요일(3일) 을 막을 내렸다. 5일간의 짧은 서울 공연이었다. 이 작품은  이달 도쿄에서 열리는 연극제인 '타이니 알리스 페스티벌'에 초청받았다. 무더운 여름 김광보 연출과 젊은 배우들을 지금 '혜화동 1번지'에서  13-15일 있을 일본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 사진은 국민일보 기사에서 캡쳐받았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오늘의 숏뉴스
숏뉴스를 불러오지 못했습니다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