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뭄끝에 내리는 지성의 단비에 한국철학계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제13차 세계여성철학자대회'가 지난 29일 사흘간의 일정으로 마무리된 데 이어 30일 '제22차 세계철학대회'가 개막, 철학 열기의 바통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회를 준비하는 한국 조직위원회측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말 그대로 '즐거운 비명'이다. 철학의 변방이었던 한국이 굵직한 세계적 인문행사를 치르고 있다는 자부심도 엿보인다.
특히 세계철학대회는 10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인문학 세계 최대의 행사인데다 5년전 터키 이스탄불대회에서 '서양철학종주국'인 그리스를 따돌리고 개최권을 따냈다는 점은 한국 철학계에 고무적인 일이었다.
또 그간 '동양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아온 일본에 앞서 세계철학대회를 개최한다는 점도 한국 철학계를 들뜨게 했다.
이명현 조직위 의장은 "100여년만에 동양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철학대회는 한국 철학계의 커다란 사건"이라며 "아시아 철학의 선두 주자인 일본에 앞서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자못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여기에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철학대회뿐 아니라 세계여성철학자대회마저 개최했다는 점도 한국 철학계에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신정원 세계여성철학자대회 한국조직위 사무국장은 이번 대회가 "유럽 중심이었던 이전 대회에 비해 아시아나 아프리카, 이슬람권의 참여가 늘어 논의가 풍부해졌다"고 평했다.
세계화 이후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아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는 점도 한국 철학계를 고무시키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철학이 세계 철학계로 화려하게 비상할 수 있을 것으로 철학계 일각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씨알사상연구소와 국내 철학자들은 기독교적 영성과 생명평화의 사상을 담고 있는 함석헌(咸錫憲.1901-1989)과 그의 스승인 다석(多夕) 유영모(柳永模.1890-1981)의 씨알사상을 소개하기 위해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이밖에 해외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한국출신의 세계적 현상학자인 조가경 뉴욕주립대 석좌교수와 심리철학의 대가 김재권 브라운대 석좌교수 등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출신 철학자들도 속속 대회에 합류하면서 국내 철학계의 논의를 풍성하게 할 전망이다.
질베르 오뜨와 국제철학연맹 학술위원장은 "아시아에서 이처럼 커다란 규모의 대회가 처음으로 열림으로써 세계 철학의 지평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