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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서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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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나는 공연을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할 때 혼자서 본다. 혼자서 볼 때 비로소 나는 작품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혼자서 웃기도 하고 때론 혼자서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혼자라고 해서 웃는 게 멋쩍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라서 눈물을 흘릴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그렇게 혼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작품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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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뒤늦은 영화 한 편을 봤다. 2001년도에 한국에 개봉됐던 '빌리 엘리어트'. 이 영화를 내가 보게 된 것은 한 뮤지컬 제작사 대표의 권유 때문이었다. 현재 이 영화는 런던에서 뮤지컬로 상연중인데 이 뮤지컬을 국내에 들려올 예정이라고 했다. 그 대표는 내게 영화를 먼저 보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참 좋은 작품이라고 말도 잊지 않았다.

영화는 사실 뻔한 스토리였다. 1984년 영국의 어느 탄광마을이 배경이고, 그 마을에 빌리 엘리어트라는 소년이 있고, 그는 아버지와 형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산다. 그리고 아버지와 형의 반대를 무릅쓰고 여성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된 발레를 시작해 결국에는 아버지와 형의 응원을 받으며 발레리노로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영화는 이렇게 한 소년의 성공기를 담고 있다. 마초스타일의 아버지와 형의 반대로 소년의 꿈은 갈등을 겪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 당시 영국의 상황(영국도 한때는 우리처럼 IMF를 겪을 정도로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이 갈등을 심화시킨다. 소년의 꿈이라는 주인공은 영국의 전통, 남성성의 관습, 영국의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으로 좌절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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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국엔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은 소년의 꿈을 어떻게든 이뤄지게 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가난한 아버지가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그 한계가 나를 가슴아프게 했다. 마침내 시골 소년은 런던의 로얄발레학교에 입학한다. 춤을 출때면 자유롭다고 말하던 소년. 춤을 출때면 몸에서 전기가 일어나는 것 같다는 소년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흰머리가 희끗한 아버지는 형과 함께 극장에 앉아 백조의 호수를 공연하는 아들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아들은 창공을 향해 박차 오른다. 아버지의 눈은 붉게 충혈됐다. 아버지의 그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평범한 스트리였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사실 영화 초반부는 나를 흔들지 못했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왠지 조금씩 나는 영화에 빠져들었다. 아내가 아꼈던 피아노를 부셔버리고 그것으로 땔감을 하면서 우는 아버지, 그 피아노가 타는 벽난로 앞에서 울 수 밖에 없는 아버지. 그리고 아들에게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아내의 귀금속을 팔아야만할 때, 귀금속을 꼭 쥔 채 흔들리는 아버지의 손. 나는 이 영화에서 아버지를 봤다. 아들의 공연을 보기위해 런던에 올라와 아들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 나는 이 영화에서 아버지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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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나는 영화를 보면서 혼자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섬세하면서도 사실적인 터치에 감탄했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이야기지만 감독의 손을 거쳐 특별한 '생명력'을 부여받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생명력은 일상의 이야기고 흔히 일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평범한 일상에는 잔잔한 사랑이 흐르고 있다. 나는 이 영화에서 그런 사랑을 만났다. 마치 '달이 물로 걸어오듯', 비록 늦었지만 나는 혼자서 그렇게 빌리를 만났다.

P.S

영화는 흔히 감독의 예술이라고 한다. 아마도 영상이 갖는 특징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을 뮤지컬로 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과연 영화에서처럼 그런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영화에서처럼 집중적하게하면서도 섬세한 표현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소년이 있을까? 아마도 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한국에 들어온다면 꼭 극장에 가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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