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의 피살 사건이 남북관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남북관계에 있어서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어왔지만 이번 사건은 그 어느 것보다도 파괴력이 큰 것 같은데요.
앞으로의 확전 여부에 따라서는 지난 10년간의 남북관계의 성과들이 통째로 흔들리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드는 상황입니다.
[김호년/통일부 대변인 : 이번 사고에 대한 진상이 분명하게 규명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금강산 관광을 중단할 것입니다.]
제가 이 사건의 파괴력이 매우 크다고 보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때문입니다.
첫째로 이번 사건은 우리 국민들의 감정선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동양권의 정서, 특히 우리나라의 정서는요.
평소에 관계가 좋았건 나빴건간에 사람이 죽게 되면 일단 가서 조문을 표하고 위로의 말을 해 주는 것이 기본입니다.
이걸 안하면 '인간의 기본이 안됐다'라는 욕을 먹게 돼 있는데요.
이번에 북한이 바로 이 기본적인 도리를 안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사과할 쪽은 남쪽이다'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러다보니까 솔직히 우리 기분이 굉장히 안좋은게 사실입니다.
두 번째로 이번 사건의 파괴력이 큰 이유는 이번 사건이 의문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밝힌 사건 경위를 들어보면 이해가 안가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요.
이렇게 되면 정확한 사망경위가 밝혀질 때까지는 양측의 타협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진실이 뭔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화해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결국 이번 사건이 의문사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는 남북 양측의 대립이 언제 해소될 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겁니다.
[홍양호/통일부 차관 : 확실하게 진상규명이 되고 모든 후속대책을 마련해서 우리 국민들이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문제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제가 볼 때는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전략적 사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전략적 사고가 뭐냐 하면 쉽게 말해서 '우리가 그동안 왜 남북관계를 유지하려고 해 왔는가'를 아주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흔히 얘기하듯이 우리는 같은 민족이니까, 뜨거운 동포애 때문에 남북관계가 중요했던 것일까요?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사실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남북관계에 힘써온 것은 앞으로의 한반도 변화, 즉 북한 체제의 변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그런 중요한 상황이 닥쳤을 때,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우리가 바라는 통일의 국면으로 이끌 것인가 하는 장기적 전략에서 남북관계를 생각해 왔던 겁니다.
즉 단순한 동포애라는 감정 때문에 남북관계를 중시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따라서 이번 사건으로 '북한 사람들 상대하기도 싫다'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러한 감정보다는 전략적 사고를 가지고 이번 사건에 대처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번 사건에는 단호히 대처하더라도, 이번 사건이 남북관계의 다른 부분까지 파급되서 남북관계의 모든 단절을 가져오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