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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년'…신정아 학력위조 파문

사회전반 검증열풍…학벌숭배 반성론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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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 연합뉴스의 특종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신정아씨 학력 위조 사건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문화예술계와 학계, 정·관계, 재계 등 사회 전반이 관여된 이 사건으로 학력이나 경력 검증의 열풍이 일었는가 하면 무분별한 학벌숭배 풍토에 대한 반성의 물결이 몰아쳤다. 신씨를 포함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등 '거물급'의 사법처리도 잇따랐다.

◇'미술계의 요정' 신정아 = 1년 전, 서른 다섯살 여름을 맞았을 때 신정아씨는 미술계와 학계에서 '신데렐라'로 꼽히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 중퇴와 1994년 미국 캔자스대 미술학사(서양화·판화 복수전공), 1995년 같은 대학 경영전문석사(M.B.A.), 2005년 예일대 미술사학 박사(Ph.D.) 등 화려한 `가짜 학벌'을 앞세운 그는 동국대 조교수와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 내정자,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 등 그야말로 남부러울게 없는 자리를 두루 거머쥐고 있었다.

미술계와 불교계에서 신씨의 학력이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2005년 동국대 임용 직전부터 조금씩 돌았고 지난해 2월에는 당시 전등사 주지 장윤 스님이 동국대 이사회에서 같은 의혹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이는 '풍문'으로만 치부됐고 신씨의 위치는 여전히 확고했다.

신씨는 작년 7월4일 이례적으로 젊은 나이에 광주비엔날레의 공동예술감독으로 전격 발탁되면서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진실 앞에 거짓 명성 허물어져 = 그러나 거짓과 기만 위에 쌓아 올린 명성은 진실이 폭로된 지 나흘만에 무참히 허물어지는 모래성에 불과했다.

연합뉴스가 지난해 7월8일 대학·학계 관계자 등의 확인을 거쳐 신정아씨의 학력위조 의혹을 보도한 데 이어 같은 달 11일 캔자스대와 예일대가 이를 공개적으로 확인하면서 신씨의 사기극은 서서히 전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신씨는 이후에도 한동안 언론을 통해 결백을 주장하며 입.출국을 반복했으나 결국 동국대의 자체조사에 이은 파면 조치와 검찰 수사를 피할 수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후속 보도가 이어지면서 신용불량자로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던 신씨의 호화 생활과 신씨가 유력자들과 맺어 왔던 돈독한 친분관계, 신씨의 이례적인 출세가도 질주 배경 등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또 우리 사회 전반에 '학력 검증 열풍'이 불면서 유명인들의 '학력위조 고백'이 이어졌고 교육 및 수사당국의 전면 조사가 해를 넘기면서까지 진행되는 한편 학벌 만능주의에 대한 사회적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몸통'은 어디까지? = 검찰은 신씨가 '내 학위가 진짜임을 증명하겠다'고 주장하며 미국으로 떠난 뒤인 작년 7월 하순께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으나 학력 위조의 장본인이 해외에 체류중인 상태여서 한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변양균씨가 신씨의 학력위조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는 '외압 의혹'이 제기된 것을 계기로 수사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변 실장은 개입.외압 정황이 속속 포착되자 결국 9월10일 사의를 표명했고 미국에 체류중이던 신씨도 엿새 뒤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당시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가 공개되고 이들의 연애담이 연일 대서특필되는가 하면 진위가 불확실한 '누드 사진'까지 공개되자 언론계 내외에서는 흥미 위주 보도에 관한 비판도 제기됐다.

신씨는 검찰 조사에서도 한동안 "내 학위는 진짜"라거나 "학위 브로커에게 속았다" 등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으나 결국 학력 위조를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수사에서 신씨의 동국대 임용 및 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 선임 과정, 임용택(법명 영배) 동국대 이사장이 주지로 있던 흥덕사에 특별교부세 10억원이 지원된 과정, 성곡미술관이 거액의 기업 후원금을 유치하는 과정 등에도 변 전 실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신씨와 박문순 성곡미술관장, 박 관장의 동생 등이 연루된 미술관 공금 횡령 혐의가 일부 드러나고 박 관장의 자택에서 60억 원 이상의 뭉칫돈이 발견되면서 박 관장의 남편인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비자금 수사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신씨 비호' 관련자들의 동반몰락 = 법원에서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곡절이 있긴 했지만 결국 신씨는 '연인' 변씨와 함께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됐다.

이어 12월에는 임용택 동국대 이사장이 변 전 실장과 공모해 흥덕사에 특별교부세 10억원을 지원받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또 계열사에 1천600여억원을 부당지원하고 회사자금 7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김 전 회장의 부인 박문순 성곡미술관 관장을 신씨와 공모해 미술관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박 관장의 동생 역시 이 과정에서 횡령에 가담한 혐의가 드러나 재판에 회부됐다.

◇'희대의 사기극'으로 일단락 = 한때 '권력형 비리'로 확대될 조짐까지 보였던 신정아씨 학력위조 파문은 결국 터무니없는 학력위조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의 스캔들이 가미된 단순 사기극으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올해 3월 서울서부지법은 신씨가 학력을 위조해 동국대 등에 임용되고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선정된 혐의(업무방해)와 성곡미술관 공금을 빼돌린 혐의(횡령)를 인정해 신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권력형 게이트 의혹'의 핵심이었던 변 전 실장은 개인사찰인 울주군 흥덕사와 과천 보광사 등에 특별교부세를 지원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등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직권을 남용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은 뒤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법원은 임 이사장과 박 관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으며 박 관장의 동생에 대해서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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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 등 관련 피고인 5명은 모두 항소해 오는 15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김석원 전 회장은 계열사에 1천600여억원을 부당지원하고 회사자금 7억여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횡령)가 지난 3일 1심 법원에서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한편 동국대는 예일대가 2005년 신정아씨 관련 학력조회 요청에 잘못된 회신을 보내 큰 피해를 당했다며 올해 3월 하순 예일대를 상대로 한 5천만달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미국 코네티컷주 지방법원에 냈다.

◇'봄을 기다리는 초라한 여인' = 이런 모든 추문이 드러나게 된 계기를 제공한 신정아씨는 초췌한 모습으로 구치소에 수감돼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다.

신씨 변호인에 따르면 신정아씨는 현재 디스크를 앓고 있으며 치료약이 독해서 몸에 부종이 생기고 바른 자세로 앉아 있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크게 악화됐다.

신씨는 지난 3월 1심 결심공판에서 목이 멘 소리로 "사람은 누구나 한 두 가지 비밀이 있는데 나는 지난 수개월 동안 발가벗겨지다시피 했다"며 "이제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그저 봄을 기다리는 초라한 여인"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지난달 항소심 공판 최후진술에서는 "제가 저지른 과오와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많은 생각과 반성을 했다"며 "지난 일은 돌이킬 수 없지만 앞으로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남은 삶을 성심을 다해 살아가겠다"고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신씨는 '누드사진 파문'과 관련해 '성로비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를 상대로 지난해 11월 10억원의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냈으나 누드사진의 진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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