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를 무시한 처사인가, 선거전략상 불가피한 선택인가"
미국 대통령 선거 주자들이 본격적인 본선 대결에 앞서 기존 경선 과정에서 내세웠던 주요 공약의 손질이나 선거전략의 대대적 수정에 나서고 있어 '변신' 행보를 두고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선 주자들이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데 반해 후보측은 정책의 선명성을 부각해야 하는 경선 과정에 제시한 공약과 본선에서의 전략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현실론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최근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측의 입장 변화는 기존의 자유주의 성향 지지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3일 보도했다.
이라크 철군에 대한 정책 변화, 개인의 총기소지 권리를 명백히 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불분명한 태도, 아동 성폭력범 사형 불가 판결과 관련해 보수주의 법관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 것 등이 그 사례다.
단지 중도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우측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보수적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주 사설에서 "오바마 후보는 부시 행정부의 3기를 자처하려는가"라고 비꼬았다.
테러방지를 위한 정부의 도.감청 요구를 통신사들이 수용토록 하는 입법에 대해 오바마 후보가 찬성으로 태도를 바꾸자 그의 웹사이트에선 비난글이 쇄도했다.
'엘리자베스'란 필명의 지지자는 "오바마 후보는 최근 정말로 실망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그간 꿈꿔왔던 희망이 높았던 만큼 이로 인한 절망도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독교 복음주의자 등의 지지를 얻기 위해 조지 부시 대통령이 과거에 제시했던 신앙에 기반한 사회운동 프로그램을 차용하는 정책도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정책 가운데 하나다.
텍사스대의 브루스 뷰캐넌 교수는 "지지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노력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좋은 말들을 늘어놓긴 했지만 별다른 의미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후보의 변신이 지지층의 외연 확대에 목적을 둔 것이라면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 측의 변화는 더욱 절박한 상황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전했다.
매케인 후보는 선거를 불과 네 달 남겨둔 상황에서 칼 로브 밑에서 부시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스티브 슈미트를 전면에 기용하는 쇄신을 단행했다.
핵심 측근의 전언에 따르면 이대로 가서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는 몇몇 참모들의 직언을 매케인 후보가 받아들인 데 따른 조치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잘 짜여지고 초점도 분명한 오바마 후보의 공약들이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반면 매케인 후보의 정책은 유권자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이에 대해 브루킹스연구소의 대럴 웨스트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이맘때쯤이면 후보의 참모진이나 그들의 전략이 분명해지기 마련인데 이번 선거는 그렇지 못하다"며 "매케인 후보가 여전히 어떤 전략을 취할 지 불명확하다는 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