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시장이 인플레이션 우려 확산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투매현상'까지 발생하며 속절없는 추락을 거듭해 바닥을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기관들이 손절매에 나서고 있고, 저가매수에 치중했던 개인들도 투매에 가까운 매도로 방향을 틀어 수급공백 상황마저 빚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개선 추세를 감안할 때 최근 주가하락은 과도하다며 저가매수에 나서도 무방하다는 견해를 내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추가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며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장중 1,9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3일 오전 10시25분 현재 33.34포인트(2.05%)나 떨어진 1,589.81을 기록, 3월20일 이후 3개월여 만에 다시 1,600선이 무너졌다.
◇ 대내외 악재.수급공백이 하락 악순환 불러 =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최근 조정은 지난 2003년 이후 5년 간의 장기 상승랠리에 따른 피로 누적과 불확실한 증시환경 때문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증시는 5년 간 장기랠리 후 휴식이 필요한 상황에서 국제유가의 상승과 미국 신용위기, 경기둔화라는 악재가 돌출되며 조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2003년3월 7,500선에서 작년 10월 14,000선으로 2배로 올랐고, 코스피지수는 같은 기간 500선에서 2,000선으로 4배로 급등하는 등 글로벌 증시는 지난 5년 간 가파른 랠리를 펼쳤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005년 6월 998에서 작년 10월 6,124까지 2년 만에 6배로 뛰기도 했다.
또 기관투자가들은 주가가 내부적으로 정해놓은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매도하는 손절매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최근 증시는 손절매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다 정부가 전날 하반기 경제운용을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기로 하고 통화량 증가를 물가상승의 한 요인으로 지목함에 따라 `긴축'을 싫어하는 증시에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따라서 증시는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예전처럼 강한 상승세로 나아가기보다는 한동안 전고점과 전저점 사이를 오가는 박스권 움직임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현대증권 유수민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매도와 함께 기관의 손절매, 유럽중앙은행(ECB)의금리결정 이벤트 등 여러 악재들이 겹치며 다른 아시아국가들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 1,500 초반까지 하락 가능성도 = 미국과 유럽, 대만 등 글로벌증시가 연초 전저점을 모두 하향 이탈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탄탄한 흐름을 보여온 국내 증시도 연초 저점인 1,500선 초반까지 밀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3월17일 장중 1,537.53까지 추락, 연중 최저점을 기록한 바 있다.
다우존스지수는 6월 12,000선이 무너진후 연초 저점인 11,660선을 하향 이탈해 2006년 8월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들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대만가권지수가 이날 오전 10시40분 현재 7,186선에서 횡보하며 연초 저점 밑으로 살짝 벗어나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 최근 반등의 실마리를 못찾고 하락세를 거듭해온 코스피도 연초 장중 저점인 1,530선은 물론 종가기준 저점인 1,570선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LG전자, 하이닉스, 현대차 등 국내 증시 간판종목들은 경기선으로 불리는 120일 이동평균선을 이탈해 확실한 바닥권의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 한 계속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증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전략부장은 "단기적으로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글로벌 증시 여건이 워낙 악화돼 있어 섣부르게 저점매수에 나서라고 제안하기가 힘들다"며 "전저점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