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 재용씨가 `삼성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해 부친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법정에 선 것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및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일련의 주식 취득 과정에 대해 "당시엔 잘 몰랐다"면서도 삼성SDS BW 저가발행 의혹에 대한 법학 교수들의 고발이 제기됐을 때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음을 시사했다.
재용씨는 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민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6번째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1996년 에버랜드 CB를, 1999년 삼성SDS BW를 각각 인수하는 과정에 대해 알고 있었느냐는 특검팀의 신문에 "유학 중이어서 학교에 가느라 잘 몰랐고 당시엔 잘 모르다가 나중에 알게 됐다"고 답했다.
그는 에버랜드 주식을 소유하게 된 게 이 전 회장의 지시에 따른 비서실의 조치가 아니었느냐는 특검팀의 추궁에 "당시 의사 결정에 (제가) 없어서 잘 모르지만 회장의 포괄적 지시 하에 자산관리인이 취득한 것이 아닌가 한다"며 재산관리 과정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재용씨는 "회장을 비롯한 가족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이 하나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면서도 "아버지께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하시면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도리였겠지만 내 재산의 모든 법적 소유권은 내게 있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에버랜드 CB와 삼성SDS BW를 시가보다 저가로 인수해 상당한 액수의 이익을 얻은 것이 사실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재용씨는 "아직 한 주도 팔지 않아 이익은 실현되지 않았고 주식평가액이 뛴 것은 알고 있다. 당시 각 회사의 사정에 따른 경영 판단이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이어 변호인이 부친을 비롯한 삼성 핵심 임원들이 법정에 선 사실이 안타깝지 않느냐고 묻자 재용씨는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짧게 말했다.
변호인은 2006년 삼성그룹이 사회에 헌납하기로 한 8천억원을 거론하며 이 금액 중 재용씨의 주식을 처분한 돈과 재용씨가 에버랜드 CB 사건 등으로 이익을 얻었다는 주장에서 거론된 액수가 상당 부분 포함된 것 아니냐고 물었고 재용씨는 "그런 것으로 알고 있고 회장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재용씨는 삼성SDS BW 저가발행 의혹을 법학 교수들이 고발했던 것을 알게 됐을 때 느꼈던 소회에 대해 재판부가 물어보자 "그 전에도 시민단체 고발이 있었는데 법대 교수들이 하는 건 좀 달라서 신경을 쓰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그때 비서실 누구에게 `괜찮은 거냐'고 물어봐 `적법한 절차로 결정된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답을 얻었다"면서 "은연 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재용씨의 증인 신문에 앞서 변호인은 부친인 이 전 회장이 아들의 증언을 보지 않을 수 있도록 재판부에 퇴정을 요청했으나 이 전 회장은 직접 "그냥 있겠다"고 말한 뒤 굳은 표정으로 아들의 증언을 지켜봤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