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하게 살기'는 가진 것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버리는 것이다"
미국 뉴욕 변두리에 사는 알렉세틴 부부는 넓은 정원이 있는 2층짜리 고급 주택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아왔다. 하지만 이들은 '간소하게' 살기 위해 수년전 작은 아파트로 이사했고, 생활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품들만 남기고 모두 기부하거나 버렸다.
SBS<굿모닝 세상은 지금> 29일 방송에서는 물질적 소유를 줄이고 삶을 간소화하는 이른바 '자발적 간소화(voluntary simplicity)'현상을 조명했다. 최근 미국이나 유럽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이 현상은 적게 벌어 적게 쓰는 삶,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미국의 생활환경운동가인 미리엄 맥길리스 씨는 "지난 5년 간 미국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이 물질주의 사회의 무의미한을 깨닫고 그 이상의 것을 찾으면서, '왜 살아야 하는지', '살아가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삶의 의미 찾고자 과감히 도시 생활의 편리함과 물질 욕구 버려
미국 텍사스에서 '여행하는 삶'을 살고 있는 해리스 가족은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좋은 직장과 집 등의 소유물들을 버렸다. 남편인 제프 해리스 씨는 2년 전 컴퓨터 기술자로서 풍족한 삶을 살았지만, 엄청난 노동강도에 시달리면서 삶의 회의를 느껴왔다. 그는 결국 가족에게 필요한 낡은 캠핑카 한 대만 남기고 소유한 모든 것들을 팔거나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해리스 씨는 "이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때 조금 힘들었지만 버리는 순간 삶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가진 게 많을수록 사람은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즉, 물질적인 것에 구속되면 버리기 힘들어진다"며 "도시에는 더이상 미련이 없으며 아마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
영, 시골에서 마을 공동체 형성해 '간소하게 살기' 실천
'간소하게 살기'는 도시와 시골을 가르지 않는다. 영국 남서부에 위치한 '팅커스 버블'이라는 마을은 '간소하게 살기'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1994년, 최소 비용으로 사는 대안 마을로서 세워진 팅커스 버블은 방랑자들의 마을이라는 뜻으로 소박한 공동체의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어른 11명에 어린이 5명으로 작은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있는데,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간소화했다. 집 재료는 대부분 재활용하거나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때문에 평균 집 한채를 짓는데 한화로 약 38만 원 밖에 들지 않는다.
이들은 개인보다 공동 생활을 지향한다. 가사일은 물론 생계를 위해 농사를 짓는 일도 모두 함께 한다. 유일한 공동 수입원은 공동 소유 밭에서 기른 농산물이다. 전기는 태양열과 풍력을 이용하고, 신문이나 TV 등의 통신 수단은 전혀 없다. 하나 있다면, 마을을 통틀어 유선 전화기가 한 대 있을 뿐이다. 목욕은 공동 목욕탕에서 일주일에 두 번 정해진 날 할 수 있고, 세탁기 등 전자제품은 따로 없다.
이러다 보니 마을 사람들의 하루 생활비는 매우 저렴하다. 이 마을 한 가정의 일주일 생활비(15파운드·한화 약 3만원)가 인근 마을 하루 아르바이트 비용 밖에 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은 게스트 하우스도 운영하는데 매년 100여명의 여행자들이 찾아온다. 마을 사람들이 숙식을 제공하는대신, 여행자들은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곳의 생활 원칙이다.
국내에도 '간소하게 살기' 바람
국내에서도 도시와 시골 구분 없이 '간소하게 살기' 바람이 서서히 일고 있다. 경북 김천시 부항면에 사는 차윤득(66)-이정화(59)씨 부부는 2년 전 도시 생활을 정리했다.
이들 부부는 "시골에 오니 몸과 마음이 훨씬 안정된다"며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도시 스트레스와 물질 욕구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블루베리 농작이 주 수입원이다. 마을 내에서는 블루베리와 이웃의 농작물을 물물교환하면서 필요한 물건과 더불어 이웃간의 돈독한 '정'을 나눈다.
차윤득 씨는 소유한 농장이 있지만, "끝까지 소유할 생각은 없다"며 "농민 사관학교와 충남대 농과대학에서 연구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땅을) 기증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도심 속에서도 '간소하게 살기'의 혁명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이 대표적 사례다. 이 곳 주민들은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체를 형성하고 반찬 등의 음식부터 생활용품까지 공동으로 매매한다.
이곳에 사는 한 주부는 도시 생활의 편리함에 익숙할 법도 하지만 '간소하게' 살기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무릅쓴다. 그는 쌀뜨물로 친환경 세제를 만들고, 음식 쓰레기는 집 옥상에서 키우는 지렁이들에게 줌으로써 생활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산물들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편, 제작진은 "일부 사람들은 (간소하게 살기가)더 번거롭게 사는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내 몸이 편하다는 게 자연에게는 불편한 게 아닌지, 또 자연이 불편한 게 내 몸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SBS 인터넷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