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blog.naver.com/gulsame/40002362311에서 발췌한 계량기 사진. 이렇게 전기는 우리주변 어디나 있지만 없으면 못살죠. 아껴씁시다~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뛰고 있는데 무슨 말도 안되는 얘기냐 펄쩍 뛰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1년새 2배가 넘게 뛰는 '에너지 초고가 시대' 속에 무풍지대로 남아있는 에너지원이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전기가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전기는 여전히 '값싼 에너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동안 공기업이 안정적으로 싼값에 전기를 공급해 물가 불안 우려를 줄였다는 순기능이 있겠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절약'의 측면에서 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값싼 전기료가 에너지 낭비를 부추긴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겨울 '반팔아파트'에 여름철엔 과도한 냉방으로 감기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 우리나라 특유의 전기 과소비 성향의 주된 원인이 값싼 전기료에 기인한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동안 부담없이 사용해왔던 전기에 대해서도 절약의 강도를 높혀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전기요금을 볼까요. 1980년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 평균 물가상승률은 220%에 달하지만 전기료는 같은 기간동안 5.5%만이 올랐을 뿐입니다.
고유가 현상이 뚜렷해진 지난 몇년간 오히려 전기요금은 하락했습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계산한 전기요금은 2000년 ㎾h당 약 74원에서 지난해 69원으로 8% 가량 떨어졌습니다. 물가상승률을 빼고 계산해도 약 74원에서 77원으로 겨우 3원 올랐습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공공요금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적 배려 속에 현재 OECD 국가 평균의 약 50% 수준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가정에서나 산업현장에서도 전기요금에 부담을 느끼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국민 1인당 전력 소비량은 일본을 추월했고, GDP 1000달러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전력량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최근 고유가 여파로 등유나,경유 LPG 사용량이 줄어드는 대신 전기사용량이 늘어나는 것만봐도 여실히 입증됩니다.
올해 1분기 전기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가량 증가했습니다. 2003년 이후 전력 소비량은 26% 증가한 반면, 경유와 등유는 각각 21.60% 감소했습니다.
전기는 2차 에너지입니다. 석탄과 가스 등을 통해 발전기를 돌려 생산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에너지를 100 투입하면 발전과정에서 60 이 소모되고 나머지 40만 전기로 만들어지는 겁니다. 결국 전기난방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직접 난방하는 것보다 2배 넘게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투입대비 산출량'이라는 관점에서 전기를 '최고급 에너지'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 최고급 에너지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러니하게 가장 부담없는 에너지원으로 통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천대 손양훈 교수는 겨울철 난방이 기름에서 전기로 바뀌고, 등유를 쓰던 비닐하우스나 축사도 전기로 난방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현상을 일컬어 "전력이 각종 에너지원 가운데 시장을 청산하는 역할(market clearing)을 하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지식경제부 이재훈 차관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전기료 현실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가 그 말이 보도되면서 그야말로 '혼쭐'이 났다고 합니다. 그날 발언의 배경은 유가 인상으로 지난해 7.6%의 전기료 인상요인이 발생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 다시 5.5% 인상요인이 생겨서 올해중 어떤 형태로든 전기료를 올릴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데서 비롯됐습니다. 하지만 뛰는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현 정부 전체 경제정책기조에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곧 없던 일이 됐습니다.
그렇습니다. 전기료 인상은 '양날의 칼' 입니다. '귀한 에너지'라는 이미지를 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할 수 있는 반면, 전기요금이라는 대표적 상징성으로 추후 줄줄이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부담이 있습니다.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 선택의 문제입니다. 과연 현재의 고유가 상황이 각종 보조금정책으로 감내할 수 있는 단계인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값싼 석유의 시대'는 갔다는 말처럼 고유가는 앞으로도 다소간의 변동은 있겠지만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습니다. 때문에 에너지 씀씀이를 줄이는 것은 반드시 수반돼야 합니다.
그래서 전기요금의 단계적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민심을 달래기 위해 인위적으로 묶어두는 것은 시장왜곡을 가져옵니다. 매년 1조여 원의 순익을 내던 한전이 올 1분기에는 적자를 냈을 정도로 수지가 급격히 악화되는 것이 그 반증입니다.
산업용 전기가격이 올라가면 원가부담이 커져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면 지금처럼 가정용과 산업용을 차등화해 가격을 책정하는 등 여러가지 정책수단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물가부담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전기료를 조금씩 현실화하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에너지 대책에서 결국 '전기료 현실화'는 담지 못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 때문에 성난 민심을 감안할 때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이해도 해봅니다. 대신 한전의 누적적자를 절반을 보조해주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값싸게 공급하고 국민세금으로 보조해주는 왜곡된 구조를 가져갈 순 없진 않을까요.
국민들에게 솔직히 전기가 값싼 에너지가 아닌 현실을 알려주고 서서히 가격조정을 통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해야 합니다.
'전기료 안올린다'는 일종의 인기영합식 정책이 당장은 편리할 수 있지만, 결국 나중엔 더 큰 국민적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