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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미술품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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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제 민족미술 계열의 화가 김주철 작가를 만났습니다.

그의 작업실 한켠에는  훼손된 그림들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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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효순양의 아버지를  그린 전진경 화가의 작품도 망가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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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철 작가의 '소풍'이라는 판화 작품도 유리가 다 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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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철 작가는 제게 몇 장의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그림이 망가진 경위를 설명해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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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그날은 보수단체들의 반 촛불집회가 있었습니다. 그날 청계광장에서는  '고 효순,미선양  추모 그림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김주철 작가는 "수십대의 승합차와 함께 5백여명의 보수단체 회원들이 왔고, 전부 빨갱이 그림들이고 하며 비난했고, 누군가 '부셔'하는 소리와 나자 우르르 몰려와 그림들을 짓밟고 망가뜨렸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해줬습니다.

 32점의 전시작품중 16점이 크게 훼손됐고, 2점은 아예 분실했습니다. 나머지 그림도 어느것 하나  성한 것이 없었습니다.

"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작가들이 힘들게 작업한 작품을 아무렇지 않게 부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당황하고 놀랐다"

"미술 작품도 노동의 산물이다. 상품이 맘에 안든다고 가게에 들어가 지진열된 상품을 짓밟을 수 있느냐? 더더욱 창작품을 이렇게 짓밟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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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들은 그렇게 짓밟혀 훼손된 것이었습니다.

그림 뒷면에는 구두 자국들이 선명히 찍혀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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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르면, 내 맘에 들지 않으면 적이되는 사회. 전시중인 미술 작품이 무참히 짓밟히는, 이념싸움은 있지만 예술은 없는 사회.

저는 고 효순양 아버지의 일그러진 초상화가 너무 서글프게 느껴졌습니다. 억울하게 딸을 잃은 아버지가 담배 연기하나 휘-익하며 길게 내뿜지 못하고 그저 먼 곳을 힘없이 응시하며 슬금슬금 뱉을 수 밖에 없는 담배 연기, 그런 힘없는 아버지의 얼굴이 그날 그렇게 짓밟히고 일그러졌습니다.

짓밟힌 미술품은 우리의 숨겨진 일그러진 모습이고 냉혹한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냉혹한 현실을 살고 있는 초라한 제 모습에 저의 어깨는 또 한번 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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