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연극이다’. 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연극에 비유하곤 한다. 때론 기쁘고, 때론 슬프고 ,때론 화나고, 때론 즐겁고, 때론 내 인생의 주연이 되기도 하고, 때론 다른 인생의 조연이 되기도 하고, 때론 또 다른 인생의 지나가는 사람 1 또는 2가 되기도 한다. 인생이라는 연극은 어쩌면 1인극으로 시작해 2인극이되고 다인극이 되고... 다시 1인극으로 끝나는 아주 장대한 성장 서사극같다. 나는 한 평생 연극을 해 온 한 노배우의 삶을 보고서 그런 생각을 했다. 연극 “A Life in the theater”에서.
‘요즘 배우들은 말이야 성형수술이다 뭐다 겉멋만 신경쓴다. 배우의 진정한 멋이란 내면의 멋, 영혼의 울림, 바로 목소리라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요즘 배우들은 말이야 뜨고 나면 아주 건방져진단 말이야’
‘내가 젊은 시절에 배우를 할 때는 정말 열심히 연습을 했다’
‘내가 연극을 할 때 이런 일이 있었어...’
젊은 후배는 말 많은 나이 든 선배의 그런 잔소리를 ‘선생님, 선생님’하며 참 잘도 받들어 준다. 나는 어느 순간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무대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노배우 역의 이순재씨와 젊은 배우역의 홍경민씨를 연극 속 배우가 아니라 실제 이순재씨와 홍경민씨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경민은 그렇게 꿈꾸던 스타가 된다. 조금 변하기도 하지만 흔히 말하는 ‘싸가지’없는 배우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순재는 후배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점점 자신의 배우 인생은 그 끝을 향해 서서히 가고 있음을 느낀다. 자기도 모르게 자살을 시도했던 순재는 치매 증상을 보이고 만다. 후배는 그런 노 선배를 보고서 조용히 ‘수고하셨습니다’ 말하고 분장실을 나간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더러운 운명의 화살을 그냥 참고 견딜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 환란의 바다를 힘으로 막아 싸워 이기고 함께 넘어지는 것이 사나이의 할 바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죽는다는 것은 잠이 드는 것. 잠이 들면 꿈을 꾸겠지. 아. 그 꿈속에서 어떤 꿈을 꿀 것인지 그것이 두렵다.’
특별할 것은 없지만 난 잔잔한 감동이 서서히 그리고 묵직하게 밀려옴을 느꼈다. 그것은 한 평생 연극을 인생을 살다가는 노배우의 삶이 주는 힘이자 배우 이순재가 주는, 한 노배우가 주는 담백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P.S
신경림의 시집 '낙타'를 읽고 나서 이 연극을 봐서 그랬을까? 신경림의 시집에서 난 이제 인생의 석양녘에 선 시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왠지 모를 슬픔와 애잔함이 밀려왔다. 신경림의 시 '고목을 보며'를 앙드레 가뇽의 ‘무언가’를 들으며 다시 시를 음미해 본다.
여름 겨울 없이 가지를 흔들던 세찬 바람도
밤이면 찾아와 온몸을 간질이던 자디잔 별들도
세월이 가면서 다 상처로 남았을 게다
뒤틀린 가지와 갈라 진 몸통이
꽃보다도 또 열매보다도 더 향기롭고 아름다운 것은
그래서인데
내 몸의 상처들은
왜 이렇게 흉하고 추하기만 할까
잠시도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게 하던
감미로운 눈발이며
밤새 함께 새소리에 젖어 강가를 돌던
애달픈 달빛도 있었고
찬란한 꿈 또한 있었건만
내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