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만의 가족과의 상봉, 하지만 극은 그다지 격정적으로 감정을 처리하지 않았다. 담담했다. 극을 격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재회의 감격이 아니라 56년 전 친구였다가 원수가 돼버린 성택이었다. 성택은 56년간 낫을 갈았고 마침내 그가 고향에 오자 그 낫을 들지만 끝내 죽이지 못한다. 그렇게 원수였지만 성택은 낫을 버린다. 그리고 강수는 이 한마디를 전한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 한 마디를 하는데 한 평생이 걸렸구나'
56년간 기다려온 원수를 그렇게 용서할 수 있을까? 연극이 끝나고 연출을 만났다. 심재찬 연출은 그것에 이렇게 말했다.
"강수와 성택은 어쩔 수 없이 원수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성택은 56년간 친구를 미워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도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세월에 어쩔 수 없는 역사의 풍상을 입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것 그것이 인간이고 인생이고 그것이 역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이 작품은 기다림을 주제로 하는 연극이라고 덧붙혔다.
"진정한 화해를 하기위해서는 시간, 기다림이 필요하다. 어쩔 수 없었던 강수와 성택의 상황, 화해란 바로 기다림이라는 게 이 작품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성택과 화해한 강수는 그가 현재 살고 있는 중국으로 다시 떠난다. 그날 그 고향 마을에서는 '침향제'가 있었다.
沈香(침향).
처음 이 연극의 제목을 듣고서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연극을 한참보면서도 왜 연극의 제목이 침향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 연극이 거의 끝날 즈음 침향제라는 말이 나왔다.
沈香祭(침향제).
나무를 땅 속에 묻어두는 의식으로 천년 간 묻어두면 나무에서 좋은 향이 나고 세상에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한다. 연극을 다 보고 극장을 나왔다. 그리고 걸었다. 비로소 침향의 의미가 나에게 전해졌다. '그 나무가 어떤 나무라 하더라도, 설령 그것이 썩었다 하더라도 세월은 그것을 다 삭혀 좋은 향으로 만들어 내리라………….'
*연극 '침향'은 우리나라 사실주의 연극의 거장으로 꼽히는 고 차범석 선생을 기념하는 차범석 희곡상 제1회 수상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