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15일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를 만났다.
1시간의 오찬 중에는 덕담과 날씨를 화제에 올렸고 시국 걱정도 했다는 것이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의 전언이다. 평범한 얘기들이 오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의 눈길은 1시간 30분의 독대에 가 있다. 외부에 알려진 내용은 이 대통령과 이 총재가 독대 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과 박 대변인을 불러 구술한 것이 전부다. 이 총재가 주로 구술했고 이 대통령은 거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깊숙이 논의된 것까지는 공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한나라당을 뿌리로 오랜 인연을 가진 두 사람 간에 흉금을 털어놓고 나눈 대화까지 내놓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두 사람간 비공개 대화에는 어떤 것들이 담겨 있을까.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의 총리 기용설이 나돌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독대 논의'는 더욱 주목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청와대 측은 이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대변인은 "도청을 하지 않아서 모르겠다. 이 총재에게 물어봐라. 우리가 아는 것은 이게(브리핑) 전부다"며 함구했다.
박 대변인은 "이 총재가 주로 말하고 이 대통령이 주로 많이 들은 것 같다"고 전했다. 심 총리 총리설에 대해선 "특정인에 대한 거론이 없었다. 언급조차 없었다"고 단언했다.
다만 이 총재는 "참신한 쇄신을 해야 한다"면서 국무총리와 대통령실장의 교체를 주문했고, 후임자로는 "특정 정파나 세력을 대표하기 보다 전 국민을 아우르는 차원의 기용이 돼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해 하겠다"고 응대했다.
이 총재는 또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사회 통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보수는 어렵고 힘들어 하는 약자를 보듬고 보살펴야 하며, 이러한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헤아리고 덜어줄 수 있는 것은 무능한 진보가 아니라 보수라는 것을 보여줘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했고, 이 대통령은 "지난 10년 간의 양극화가 심화됐고 이제 보수가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동의했다.
이 같은 대화록에 비춰 두 사람은 쇠고기 파문 이후의 `보수 약화'에 대해 같은 우려의 공감대를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10년만의 진보정권 교체 이후 녹록지 않은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이에 대한 해법을 교환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차원에서 심 대표의 총리 기용설의 유효성 여부 등이 거론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보수 대연합론이나 거국내각론 등도 한번 쯤 짚었음직하다. 이 총재로서는 `심대평 총리설'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성도 있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거국내각이라고 하면 각 정당에서 추천해서 하는 것인데, 지금은 거국내각을 꺼낼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면서 "총리 정도는 통합민주당 출신이어도 좋으니 대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인격과 덕성을 겸비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을 전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독대에서는 또 쇠고기 정국에 대한 해법을 놓고서도 상당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가 수출입 자율규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재협상을 주장한데 대해 이 대통령은 재협상을 택할 경우 자동차 등 다른 분야에서 빚어질 불이익을 우려한 뒤 현재 한미 양국간 논의 수준이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 협상"이라며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추가 협상을 놓고서도 미국내 실무진들의 반발이 적지 않음을 전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아울러 이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과 화물연대 파업, 지역균형 발전 방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시기, 고성장 중시 경제운용 기조의 타당성 등 국가 운영 전반을 화제에 올렸을 것으로 관측된다.
두 사람은 18대 국회 개원과 관련, 이 대통령이 쇠고기 파문의 제도권내 논의를 위해 국회의 조속한 가동을 요청한 데 대해 이 총재가 전적인 공감을 표시했다고 청와대와 선진당 측이 전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