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이 '칩거 모드'에 들어갔다.
이틀 전부터 자택에 들어가지 않고 시내 모처에 머물고 있는 이 전 부의장은 13일부터 외부 인사들과의 공식 면담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당분간 상황을 관망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지역구에 잠시 내려가 있는 게 어떠냐'는 주변의 권유에 "한번 고려해보겠다"고 밝히는 등 자신의 지역구인 포항에 잠시 내려가 있는 방안도 심각히 고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의장이 이처럼 물밑 잠행에 들어간 것은 최근 정두언 의원의 '권력 사유화' 발언에 이어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퇴진론'까지 나오는 등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 양상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부의장의 처지는 '진퇴유곡'의 상황이다. 퇴진론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에 가만히 있자니 억울하고 그렇다고 대응에 나서자니 분란만 확대될 뿐 득될 것이 없는 형국인 것.
이 전 부의장측 관계자는 "비가 쏟아질 때는 잠시 피해있는 게 상책"이라며 "지금 상황이 딱 그렇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부 인사들과의 면담 일정을 취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의장측은 정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이 문제로 삼고 있는 ▲친이상득계인 정종복 전 의원의 청와대 민정수석 기용설 ▲류우익 대통령실장의 유임 조짐 ▲'박근혜 총리 카드' 공개 등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 전 부의장도 지난 11일 당내 친이(親李)계 재선 이상 의원들과 만찬에서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문에 "당내 인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중립 의지를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총리 카드'에 대해서도 "나는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부인했으며, 내달 3일 치러질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대해 "당연히 중립이며,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이 전 부의장측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측근은 "일선에서 물러나라니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는 말이냐 아니면 외국에 나가 있으란 말이냐"면서 "왜 같은 식구끼리 자중지란을 보이는 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전 부의장도 '권력 사유화' 발언에 이어 '일선퇴진론'까지 나오자 "이 사람들이 정말 보자보자하니까.."라며 한때 역정을 냈다는 후문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