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대치로 치닫던 여야가 '정치의 테이블'로 나오기 시작했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12일 공식 원내대표 회동을 갖기로 한 데 이어 13일에는 쇠고기 해법의 핵으로 떠오른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과 함께 열기로 했다.
6.10을 통해 쇠고기 민심의 현주소가 극명히 확인된 이후의 변화다. 공식 대화채널이 꽉 막혀있던 여야는 일제히 서로를 향한 칼날을 거두고 '대화모드'로 자세를 고쳐잡고 있는 분위기다.
이 같은 기류 변화는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는 데 따른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6.10을 계기로 시민사회의 정서가 드러난 이상 이제는 쇠고기 문제를 '장외'가 아닌 '정치영역'으로 끌어들여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상황인식도 자리하고 있다.
특히 그간 가축법 개정에 대해 외교관례와 법체계 충돌을 이유로 반대해온 한나라당이 야당의 가축법 개정 공청회 요구에 응한 것은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방향전환은 당장 민생현안 처리가 시급하고 곧 있을 개각에 따른 청문절차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외에 머물던 민주당으로서는 민생현안이 산적한 국회를 포기하고 장외투쟁을 장기화하는 데 따른 부담감이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내부에서 국회 등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당 지도부는 여당과의 협상을 통해 등원의 명분을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여야간 해빙무드가 조성되면서 이르면 내주부터는 국회가 정상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야 간 입장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 무엇보다도 한나라당은 야권이 요구하는 가축법 개정에 대해 '논의'는 가능하지만 '수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가간의 협상을 국내법으로 '구속'하는 것은 외교관례와 국제신인도 측면에서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가축법 개정을 '확약'하지 않는 한 등원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당권주자인 정세균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논의만 가지고는 안되고 개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영 대변인도 "개정을 확실히 약속하지 않는 한 등원은 어렵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겉으로는 정상화를 외치고 있지만 기존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셈이다. 특히 양당은 서로를 향해 "정상화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오는 13일 효순·미선양 추모 6주기과 6.15 공동선언 기념일까지 협상을 미룬 채 대여투쟁의 동력을 살려나가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은 여당의 공청회 개최 수용을 대여투쟁의 예봉을 피하면서 시간을 벌려는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날 여당의 '여야정정책협의회' 제안를 거절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주목할 변수는 당·정·청 방미단의 활동결과다. 13일 귀국하는 방미단이 미국과의 추가협의에서 '재협상에 준하는 조치'를 이끌어낼 경우 가축법 개정 논의 없이도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야 3당의 굳건했던 공조에 균열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자유선진당이 등원을 선언하고 민주당 내에서도 등원론이 힘을 받기 시작하자 민주노동당이 "위화도 회군처럼 국민의 출격명령을 어긴 역심이자 명분없는 퇴각"이라고 공개 비판하고 나선 것.
일단 야 3당은 가축법 개정에서 공조전선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커지는 여권의 등원 압박 속에서 단일대오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