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촛불시위대를 막는다는 이유로 청와대 인근의 교통을 통제하고 있는 것과 관련, 주민들이 '과잉봉쇄' 주장을 제기하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11일 종로구 주민들에 따르면 경찰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거리시위로 바뀐 이후 시위대가 청와대 방면으로 접근하기 이전에 지하철 경복궁역 주변 도로를 봉쇄하고 차량 통행을 막고 있다.
이에 따라 경복궁역을 반드시 거쳐야하는 효자동, 창성동, 청운동, 부암동, 구기동 등 주민들은 경복궁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이용하지 못한 채 집까지 최대 1시간 가량을 걸어다니고 있다.
이들 동네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서쪽에 있는 편도 2차로 홍제역~세검정길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인근 도로 봉쇄로 모든 차량이 이곳으로 몰리면서 평소 5분이면 통과할 수 있던 길이 대규모 집회가 있는 날이면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것.
경찰은 세검정길에 설치된 검문소에서 신분증 확인을 거쳐 동네 주민인지를 파악하고 주민이 자가용을 타고 있으면 통과시키지만 택시는 들여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부암동 주민인 차모(30)씨는 "경찰이 최소한의 교통권도 보장하지 않고 툭하면 경복궁역부터 막아버린다"며 "주민들의 편의를 생각해 최소한 마을버스 정도는 다닐수 있도록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서초동에서 퇴근해 집에 들어가는데 2시간이 걸린다"며 "동네주민들 중 촛불시위대를 욕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고 경찰의 과잉 봉쇄를 비난하는 사람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태열씨 등 주민들은 종로경찰서 홈페이지에 "시위대가 근처에 도달하지도 않았는데 무엇이 두려워서 과도한 교통통제로 주민의 불편을 초래하느냐. 청와대를 보호하는 것도 좋지만 청와대 지키다가 일반 시민들은 집에도 못들어간다"는 항의성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주민 입장만 생각하면 길을 뚫어주는 게 맞지만 교통의 일제통제는 어려워진다"며 "동네 주민의 자유로운 통행 요구를 들어주기는 힘든 일"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연일 계속되는 촛불시위로 인해 한 동네에서 전.의경들과 '불편한 동거'가 지속되는 데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골목 구석구석에 전경버스가 주차돼 있어 통행이 자유롭지 못하고 전·의경들이 길바닥에서 취침하고 전투화 등 물품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모습이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원 김모(33)씨는 "전·의경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이들의 '주둔'이 장기화되면서 동네분위기가 많이 안좋다"며 "80년대에도 경찰이 이렇게까지는 통제하지 않았는데 경찰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