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던 청와대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이 9일 사표를 전격 제출한 것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폭탄성 발언이 발단이 됐다.
정 의원은 박 비서관을 겨냥, "이간질과 음해, 모략의 명수"라며 "김현철 박지원 이광재 씨를 합쳐놓은 것보다 더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고, 박 비서관은 "인격살인", "비열한 짓"이라며 성토했다.
'이명박 정부'의 창업 공신이던 두 사람이 어쩌다 이런 관계가 됐을까.
이들은 이 대통령을 고리로 한 배를 탔다. 지난 1994년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보좌관으로 정치권에 발을 디딘 박 비서관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선거 캠프에 합류하면서 이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정 의원은 행시 24회 출신으로 총리실 등에 근무하다 2000년 총선 출마에서 고배를 마신 뒤 2년 뒤인 2002년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영입되면서 이 대통령의 측근이 됐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박 비서관은 비서실 부실장으로 격이 낮았으나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두 사람 간 입지는 확연히 역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대통령직 인수위 때 정 의원은 당선인 보좌역으로, 박 비서관은 총괄팀장으로 새 정부 탄생의 축을 형성했으나, 이후 정 의원이 인사 실무작업에서 배제되면서 두 사람 간에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정 의원은 "자기 사람을 심는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인사 업무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박 비서관이 맡은 기획조정비서관은 청와대 내에서 핵심중 핵심 요직으로 분류됐다. 청와대내 감찰 업무까지 박 비서관에게 넘어가면서 '만사가 박 비서관을 통한다'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였다.
박 비서관은 '왕(王) 비서관'으로 불리며 새 정부 조각 등 각종 인사에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으로서는 박 비서관이 이상득 의원의 '대리인'으로 봤을 수도 있다. 정 의원이 총선 직전 소장파 의원들과 함께 이 의원의 공천반납을 공개 촉구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 의원이 최근 이 의원과 류우익 대통령실장, 박 비서관, 이 의원측 장다사로 정무1비서관 등을 싸잡아 '당.청 4인방 폐해론'을 제기한 데 대해 소신있는 정치인이라는 평가와 함께 권력 소외에 대한 반발이라는 양면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사람 간 중재에 나섰던 여권의 한 인사는 "너무 골이 깊어 도저히 화해가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토로했을 정도로 골은 깊어졌고, 결국 박 비서관이 사퇴하는 상황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