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 냈던 정치권의 '6.10 세대'들은 6월항쟁 기념일인 10일 대규모 쇠고기 촛불집회를 앞두고 현 정국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에 포진하고 있는 이들은 들불처럼 일어나는 `촛불민심'이 폭압 정권으로부터 민주화를 쟁취했던 1987년 6월과는 시대적 성격을 달리하지만 정권의 누적된 실책과 `일방통행'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는 여야를 떠나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386 출신들은 당시 '저항의 주체'에서 '국정의 주체'로 성장했지만, 그동안 거대 담론에 골몰하며 생활 중심 가치 구현을 등한시해 민심의 흐름과 동떨어져 있었다는 자기 반성도 토로했다.
아울러 21년간 세월의 변화속에서 광장으로 향하는 성난 민심의 행렬은 비슷하지만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게 해달라"는 체제변화 구호가 "먹거리를 마음놓고 먹게 해달라"는 생활정치 구호로 바뀐 사실을 주목하고, 정치권이 국민의 눈 높이에 맞도록 자기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들을 제시했다.
이들은 촛불집회를 '생활밀착형 민주주의'로 규정하면서 정부는 진정성을 갖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동시에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시민들도 극단적인 충돌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학창시절 6.10 항쟁을 겪었던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 쇠고기 정국에 대해 "인터넷으로 정보와 표현의 도구를 갖춘 웹2.0시대 시민들의 생활 이슈에 대해 직접적인 참여"라고 규정하고 "지금의 촛불집회는 20년 전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자발적이며 축제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해결을 위해선 대통령이 원로들 뿐 아니라 촛불을 든 시민들을 만나 그 목소리와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시민들도 생활 민주정치에 대한 참여라는 점에서 직업적인 정치투쟁에 휘말리거나 극단적인 충돌은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으로 옥고를 치렀던 같은 당 김성식 의원은 "6.10항쟁이 민주화 시위였다면, 지금은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을 놓고 고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대적 과제의 변화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높이느냐의 문제"라면서 `큰 틀'에서 현 정국을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또 "한편에선 경쟁을, 다른 한편에선 사회적 안전망을 추구해야 하는 게 현실인데, 현 정부는 한 쪽으로 쏠리는 감이 있다"면서 "6.10 촛불집회는 우리 사회가 가야할 길에 대한 합의를 높이기 위한 사회적 노력과 토론으로 승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화 및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차명진 의원은 현 상황을 "정권의 정책 내지 태도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라며 "국민은 시장주의나 세계화에 대한 저항의식이 있는만큼 지금의 시위는 단발성으로 끝나진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386의 대표주자 중 한명인 임종석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촛불집회는 쇠고기 협상으로 표면화됐지만, 이명박 정부가 과거 통치 스타일로 회귀하려는데 대한 국민의 걱정이 표출된 것"이라며 "20년 전 민주주의를 만들고 경험했던 국민이 군사정권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이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민주주의 본령을 지키기 위해 문제를 제기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6.10 항쟁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우상호 전 의원은 "87년 6월과 2008년 6월은 위정자가 국민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통치할 때 국민이 나서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데서 맥을 같이 한다"고 분석했다.
임 전 의원과 우 전 의원은 '재협상'만이 현 사태를 진정시킬 유일한 대안이라고 처방했다.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6.10 세대 정치인으로서 이번 촛불집회를 바라보며 생활중심적인 이슈로 국민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반성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식 의원은 "신 문명에 맞는 비전 도출과 국민통합을 위한 노력을 하지 못했다"며 "정치를 편가르기가 아닌 비전의 경쟁판이라는 제 궤도로 올려 사회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석 전 의원은 "거대담론과 가치 중심적인 이슈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제는 생활 이슈에 좀 더 매달리고 더 나은 정책과 법안을 만드는 게 필요하며 이것이 6.10 세대가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