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전 이집트의 내정과 관련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마거릿 스코비 주 이집트 미국 대사가 부임하자마자 수모를 톡톡히 당하고 있다.
시리아 대사와 이라크 대리 대사를 지낸 스코비 대사는 지난 1월 조지 부시 대통령에 의해 이집트 대사로 지명된 후 의회의 인준 청문회를 거쳐 지난 4월 21일 부임해 곧바로 신임장 제정 절차를 밟으려 했다.
대사는 주재국의 외교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한 뒤 국가원수를 만나 신임장 원본을 제정해야 공식적인 지위를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이집트 정부가 스코비 대사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접견 일정을 잡지 않는 방법으로 신임장 수리 절차를 계속 미루는 바람에 스코비 대사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일을 보고 있다.
그녀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최근 미 의회 대표단을 접견할 때 대사 자격으로 배석하지 못했고, 지난달 중순 샤름 엘-셰이크에서 부시 대통령이 참석했던 세계경제 포럼(WEF) 회의 때도 똑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현지의 한 외교 소식통은 "신임장 제정은 통상 새로 부임하는 4~5명의 각국 대사들이 모이면 한꺼번에 주재국 원수를 접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미국 대사 만큼은 단독 접견을 통해 신임장을 제정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집트 정부가 스코비 대사에 대한 길들이기 작업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코비 대사는 미 의회의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 이집트 정부에 대한 비판의 각을 날카롭게 세워 주재국의 사전 동의 절차인 아그레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그녀는 청문회 증언을 통해 이집트에 부임하면 무바라크 정권에 정치 및 사법 제도를 민주적으로 개혁하고 인권문제를 개선하도록 외교적인 압력을 행사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특히 이집트에 제공하는 원조 프로그램을 연계시켜 2005년 대선에서 무바라크 대통령과 경쟁했다가 투옥된 아이만 누르 알-가드당 대표의 석방 등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우방일지라도 이집트 국내의 정치 문제에 대한 간섭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겠다는 외교 노선을 지켜온 무바라크 정권의 강한 반발을 샀다.
스코비 대사의 발언으로 심화한 미국과 이집트의 껄끄러운 관계는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차례로 찾았던 부시 대통령의 지난달 중동 순방 때 다시 한번 도드라졌다.
부시 대통령은 당시 아랍권과 대립하는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추어올리면서 중동 지도자들에게는 민주주의 증진을 위해 노력하라는 훈계를 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중동에서는 권력을 쥔 한 지도자가 정치를 독점하고, 야권 인사들이 투옥되는 일이 너무 흔하다"며 사실상 이집트의 정치상황을 비판해 무바라크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집트 정부는 스코비 대사에게 아그레망을 내줘 일단 부임하도록 만든 뒤 신임장 제정 절차를 미루는 방법으로 스코비 대사와 미국의 체면에 은근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집트의 이런 전략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집트에 대해 꼿꼿한 자세를 잃지 않았던 스코비 대사가 고개를 숙이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주간지인 사우트 알-움마는 스코비 대사가 최근 이집트의 지식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지난달 시효가 만료된 비상계엄법을 무바라크 정권이 2년 연장한 것과 관련, "이집트 내부의 문제이고, 미국은 그런 사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스코비 대사는 또 이 자리에서 앞으로는 이집트 정부를 비난하거나 내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스코비 대사의 신임장 제정이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