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일 취임 100일을 맞았지만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표정은 결코 밝지 않았다.
'쇠고기 파동'으로 촉발된 국정혼란이 계속되면서 국정지지율이 20% 초반대로 하락하고 내각과 청와대 참모들은 야당은 물론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으로부터도 강한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탓이다.
통상 취임 100일에는 대통령이 국가 미래비전과 향후 역점추진 과제를 다시 한번 제시하고 국민은 박수로 지지를 보내면서 축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런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뒤숭숭하고 심란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하지 않고 곧바로 안건 심의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각종 공식회의에서 언론에 공개되는 모두발언을 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에서 "오늘은 지난 100일을 되돌아보며 자축해야 하는 날이지만 자성해야 할 점이 많다"면서 무겁게 취임 100일 소감을 밝힌 뒤 "국민의 눈높이를 우리가 잘 몰랐던 점이 적지 않다"며 "오늘을 계기로 새롭게 시작하는 심정으로 일해달라"고 주문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최근 안팎에서 지적되고 있는 '소통 부족'을 언급, 서울시장 재임시절 추진했던 청계천 복원사업을 소회하며 "당시에는 현장에 나가서 물세례, 술세례를 받으면서 설명과 설득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그러나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정치권 일각에서 촉구하고 있는 내각 및 청와대 참모 일괄사퇴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수석들은 총리 제청이나 국회 청문회 절차를 거치는 각료와는 입장이 달라 언제든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둬야 하는 자리"라면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나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오는 9일로 예정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 대통령이 지난 100일을 총체적으로 정리하고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할 예정인 만큼 그 전에 이런저런 정리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밝혀 이번주내 인적쇄신을 포함한 민심수습책이 발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당정청도 철저한 자기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와 한나라당, 청와대 수뇌부는 앞서 이날 오전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3차 고위당정회의에서 일제히 "국민께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이명박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축제가 돼야 할 오늘, 저는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일을 추진하는 데 정부로서 부족함이 많았다.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머리를 숙였다.
류우익 대통령실장도 "취임 100일을 맞아 대통령과 국민께 송구스러울 뿐"이라며 "열심히 일을 한다고 했는 데 국민의 마음을 더 헤아려야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자성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인적쇄신론, 국정쇄신론 등이 비등하면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면서 "이 대통령이 조만간 국가 원로들을 만나 조언을 얻고 새출발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