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 단계로 알려져 있는 '북핵 3단계'에는 영변의 플루토늄 핵시설 해체만 해당되며 핵물질과 핵무기 이전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라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가 29일 밝혔다.
지난 4월 북한을 방문했던 잭 프리처드 한.미 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이날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6자회담 관련 토론회에 참석, 이 같이 말했다.
1기 부시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의 대북협상대표를 지내기도 한 프리처드 소장은 "30일 전 북한을 방문했을 때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협상중인 북한측 일행이 북핵 3단계의 대상은 플루토늄 관련 시설을 해체하는 것만 포함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은 경수로 제공대가로 진행되는 3단계에 핵물질이나 핵무기는 (폐기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며 미사일 문제나 북한인권문제도 당연히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핵 2단계인 영변 핵시설 불능화 및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단계를 넘어서 마지막 3단계가 진행되면 북한의 폐연료봉과 핵물질, 핵무기를 북한 밖으로 이전하는 등 북핵 폐기와 함께 북·미,북·일 간 관계 정상화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따라서 프리처드 소장이 전한 게 북한의 공식 입장이라면 미국의 공식 입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으로,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문제가 완만히 마무리 되더라도 북핵 3단계 이행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이 핵프로그램 신고서를 중국에 제출하면 6자회담 전체회의를 열고 북핵 신고서 검증 방법과 북핵 3단계 이행 계획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은 핵무기를 폐기할 의사가 전혀 없거나 핵물질 및 핵무기 이전·폐기 문제를 지렛대로 삼아 미국을 비롯한 다른 6자회담 참가국으로부터 경수로 제공을 확약받고 다른 반대 급부를 얻어내기 위한 계산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 2005년 9.19 공동선언에서 6자회담 참가국들은 적절한 시기에 북한에 경수로 제공 문제에 대해 논의키로 합의한 바 있으며 미국과 한국 등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진 이후를 경수로 제공의 '적절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관장하는 국가정보국장실(ODNI)의 조지프 디트라니 대북담당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북핵 3단계에 대한 나의 이해는 프리처드 소장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고 말했다.
디트라니 대북담당관은 "북핵 폐기 단계인 3단계에서는 포괄적인 문제들이 논의될 것이며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이 검증 가능하게 폐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디트라니 담당관은 또 "북핵 3단계가 되면 북한과 미국 간에 관계정상화 문제가 논의될 것이며 관계정상화로 나아가기 위해선 인권이나 납북자 문제, 미사일 문제 등을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고 수없이 북한에 밝혀왔다"면서 "이는 지난 2005년 9.19 공동선언과 2007년 10.3 공동성명에도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시리아 핵 이전 의혹과 관련, 지난 수년 동안 미 정보기관들이 시리아 핵원자로를 긴밀히 감시해왔다며 "정보활동의 실패 사례가 아니다"면서 "(원자로) 가동을 앞두고 조치가 취해졌으며, 지금은 가동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