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의 조정 분위기 속에 작년 펀드 열풍을 주도했던 해외펀드들이 지역별로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해외펀드 붐의 주역인 중국펀드와 인도펀드의 수익률이 바닥권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펀드는 최근 경제위기설이 고조되면서 바닥 모를 추락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일명 '러.브 펀드'로 불리는 러시아, 브라질 펀드와 원자재펀드가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면서 급부상했다.
또 양안관계 개선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만펀드나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지에 투자하는 프런티어마켓펀드로도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전문가들은 지난해 인기를 끌면서 자금 몰이를 했던 해외펀드들 대부분이 올해 대규모 손실을 낸 점을 감안할 때 단기적인 운용 성과나 유행을 쫓아 투자하거나 펀드를 갈아탈 경우에는 자칫 고점에서 펀드 가입을 하는 '뒷북투자'가 될 수 있다며 신중한 투자를 조언하고 있다.
◇ 날개 잃은 베트남펀드 = 한때 '제2의 중국펀드'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베트남펀드는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하는 양상이다.
29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28일 현재 국내 출시된 베트남 전용 펀드는 모두 9개로, 연초 이후 수익률 평균(단순)은 -32% 수준이며,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 평균도 -26%로 부진하다.
이런 수익률 악화로 인해 베트남 전용 펀드들의 순자산액은 작년 10월 1조원 안팎에서 6천3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현재 순자산액 2천억원으로 베트남 전용펀드 중 규모가 가장 큰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적립식혼합1'의 경우 2006년 11월 설정된 후 작년 10월 중순 당시 누적수익률이 25% 수준으로 양호했으나 현재는 -37%로 떨어졌다.
이는 2006년 하반기 국내에 베트남펀드가 처음 출시될 당시 시가총액이 1조원 정도에 불과했던 베트남 증시로 한꺼번에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되면서 거품을 일으켰으나, 이후 높은 인플레이션과 대규모 무역적자에 발목이 잡히면서 증시가 급전직하한 데 따른 것이다.
베트남 증시는 지난 26일까지 16일 연속 하락한 뒤 전산시스템 문제로 29일 오전 현재까지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호찌민 증권시장의 VN지수는 작년 10월 고점 대비 현재까지 62% 폭락해 있다.
베트남 증시의 추락으로 인해 베트남 전용펀드뿐 아니라 베트남 주식을 일부 편입한 동남아펀드 30개도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이 -10.69%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중국.인도펀드도 고전중 = 해외펀드 붐의 주역인 중국펀드는 전체 순자산액이 20조원 이상으로 해외펀드의 3분의 1 수준을 차지하고 있지만 수익률은 바닥권이다.
중국펀드 86개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은 -18.4%로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 -9.9%에 비해 손실 폭이 배 가량 된다.
1개월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3.3%와 -4.5%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다른 해외펀드들에 비해선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은 각각 1.3%와 0.5%다.
그나마 중국펀드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긴축 정책과 내부 수급 악화로 유발된 중국 증시의 추락이 진정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홍콩증시와 중국펀드의 주된 투자 대상인 H주(홍콩 상장 중국 기업)가 반등한 데 따른 것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작년 10월 고점 대비 -51%까지 확대했던 낙폭을 -44%로 줄였으며, H지수는 -49%에서 -35%로 축소했다.
이 같은 수익률 악화에도 시장주변에선 중국 기업들의 높은 이익성장률과 최근의 과도한 주가 낙폭을 이유로 중국펀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정부의 긴축정책과 고질적인 비유통주(보호예수주식)로 인한 물량 부담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어 회복 시기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경계론도 만만찮다.
한때 '중국 용'을 제압할 '인도 코끼리'로 기대를 모았던 인도펀드는 중국펀드보다 성적이 더욱 부진하다.
인도펀드는 연초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고 중국펀드가 후퇴하는 와중에도 홀로 반짝 강세를 보이면서 기대를 모았으나 이후 인플레이션 등 경제악재에 발목이 잡히면서 수익률이 급속히 악화됐다.
인도펀드 26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22.8%를 기록하고 있고, 1개월 및 3개월 평균 수익률도 -6.1%와 -10.0%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 `쾌속순항' 러.브펀드, `뒷북투자' 유의해야 = 기존 강호들의 고전을 틈타 최근 러.브 펀드와 원자재펀드가 해외펀드 열풍의 계보를 잇고 있다.
자원대국인 러시아와 브라질 주식에 투자하는 러.브 펀드와 원자재 관련 주식이나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원자재펀드는 연초부터 불어닥친 글로벌 증시의 한파로 해외펀드들이 일제히 추락한 가운데 높은 수익률을 유지, 단번에 스타펀드의 반열에 올랐다.
국제유가와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각종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관련 주식들과 지수가 급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브라질펀드는 최근 브라질 경제가 글로벌 경기하강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활황을 지속하는 가운데 국가신용등급 상향 등 호재들이 잇따르면서 해외펀드 중 수익률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브라질펀드 16개는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이 20.67%며, 1개월 및 3개월 평균 수익률도 15.0%와 16.1%로 단연 돋보인다. 러시아펀드 18개도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이 8.90%로 양호하고 1개월은 13.0%, 3개월은 9.9%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밖에 원자재펀드(21개)는 같은 기간 평균 수익률이 7.6%, 6.1%, 5.9%를 각각 기록 중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중국 등 신흥시장국들의 고성장으로 원자재 수요가 늘어난 데 근본 원인이 있지만 최근 금융 불안으로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투기적인 수요가 가세하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은 속성상 변동폭이 큰 데다 러시아와 브라질도 다른 신흥시장과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금융시스템과 경제 여건으로 인해 변동성과 돌발변수를 간과할 수 없다는 경계론도 있다.
실제로 브라질 상파울루 증시는 에너지주와 자원주의 조정 여파로 지난 27일까지 5일 연속 하락하면서 조정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 `국공합작'에 주목받는 대만펀드 = 최근 대만 마잉주 정부의 출범과 맞물린 '국.공합작'으로 양안관계가 개선 조짐을 보이면서 대만펀드가 부상하며 해외펀드 성장의 새 동력이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중국-대만 직항 개설, 대만 기업의 중국 투자제한 완화, 양안 경제협의체 구성 등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가시화되고, 대만 신정부의 적극적인 경제개혁이 가세할 경우 정체됐던 대만 경제성장과 증시 회복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이런 기대감을 바탕으로 지난달 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대만 전용펀드인 '타이완 디스커버리 주식형펀드'를 국내 처음으로 출시한데 이어 이달에는 한국투신운용에서 '한국 타이완 주식형펀드'를, ING자산운용에서 'ING 타이완 주식투자신탁(자)'를 잇따라 선보였다.
시장 주변에선 양안관계 개선이 진전되면서 앞으로 대만 투자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동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에 투자하는 EMEA펀드를 비롯해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펀드 등 이른바 '프런티어마켓펀드'들도 기존 신흥시장펀드의 뒤를 이을 투자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펀드 역시 성장 잠재력이 크다지만 투자자산의 변동성을 감안할 때 중국, 인도, 베트남 펀드 못지않은 손실 위험이 있기 때문에 '유행' 쫓은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시장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이를 배경으로 한 러시아, 브라질 등 자원대국들의 성장 전망이 상대적으로 밝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동안의 주가 상승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용위기 등 악재가 상존해 있고 향후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위험이 있는 만큼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분산투자 관점에서 균형있는 자산배분을 하는 것이 투자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