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인데 설상가상 요즘 점점 길어지고 있는 여름이란 놈이 예고편도 없이 바로 본편 상영을 감행하는 것 같습니다. 더위를 많이 타고 땀도 많아 지하철, 버스 이동시, 식사 시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리고, 그 불쾌감을 준다는 부담때문에 진땀을 흘리는 소심한 성격이라 올 여름을 또 어떻게 지내나 걱정입니다.
[인디아나 존스] 4편이 흥행 싹쓸이를 했죠.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해 개봉 첫 주 3억 천만 달러가 넘는 돈을 거둬들였다고 하네요. 극심한 비수기에 시달렸던 극장들은 그동안 손해봤던 적자를 만회할 수 있는 호기로 판단하고 더욱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주에는 모두 7편의 영화가 개봉되는데 가장 추천해드리고 싶은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입니다. (개봉영화 가운데 제가 본 것은 이 영화와 [아임 낫 데어], 달랑 두 편입니다.-.-;)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감독:톰 본, 주연:카메론 디아즈, 애쉬튼 커처, 15세 관람가)
각종 기념일은 꼬박 꼬박 챙기고 뭔가 특별한 일을 꾸미기 좋아하는 성격의 조이(카메론 디아즈)는 남친 생일을 위한 서프라이즈 파티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차입니다. 남자는 여자가 있는 집이 편안한 쉼터가 되기를 바라는데 그게 아니라는게 차는 이유입니다. 취업난에 고통겪는 젊은이들이 보면 배가 아플,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구 업체에서 놀이와 일의 경계가 불명확하게 개기던 잭(애시튼 커처)은 '인생의 목표도 없고 성실성도 없는 놈 더이상 못 데리고 있겠다'는 아버지의 꾸중과 함께 실직자 신세가 됩니다.
이들은 우울함도 달래고 기분전환을 위해 친구와 함께 라스베가스로 향하는데 우연히 여행에 동행한 뒤 술을 마시고 급기야 결혼식까지 올리게 됩니다.(라스베가스가 속한 네바다 주가 미국에서 가장 결혼과 이혼에 관대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네요.) 술에서 깬 다음날 아침 두 남녀는 똑같이 후회하며 깨끗이 정리할 것을 다짐하는데 바로 그순간 300만 달러 잭팟이 터지고,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다가 법정까지 가게되고, 올바른 결혼생활을 영위해왔다고 자부하는 판사로부터 결혼의 신성성을 모독한 죄로 ‘6개월 결혼형’을 선고 받습니다. 거액을 건지기 위해 두 남녀는 영악하게 서로를 엿먹이며 티격태격 결혼 아닌 결혼생활을 시작합니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여기까지만 이야기 한다고 그 뒤가 궁금해질리가 별로 없어 보이는 뻔한 이야기입니다. 조금씩 상대를 알게 되고 호감을 갖게 되고 급기야는 ...한다는 그런 내용이죠. 하지만 뻔한 요리라도 손맛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이 적절한 재료와 양념으로 맛있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됐습니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에 많은 돈과 전문가들의 처방이 첨가되지 않는다면 절대 유지할 수 없는 몸매를 보여주는 카메론 디아즈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푼수 수다쟁이 역할을 잘 수행하고 설렁 설렁 무개념의 반 백수를 연기한 애시튼 커쳐도 딱 적역이다 싶습니다. 둘의 연기 궁합도 잘 맞는데 영화 맨 마지막 장면에 보여주는 만취상태 결혼식 장면을 보면 확신의 단계로 인도합니다.
조이가 샤워하고 난 뒤 물기젖은 몸을 보여주는데 몸에 번들거리는 물기가 마치 보디빌더가 바르는 오일 효과를 내서 여자 보디빌더같은 근육도 보여줍니다. 두 남녀의 연기 궁합도 잘 맞고 무엇보다 약간 변태끼가 있는 무능한 변호사인 잭의 친구와 그 친구와 대립항인 조이의 친구는 마치 춘향전의 방자와 향단이 같은 구실을 하고 잭이 싫어하는 조이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털북숭이 친구도 재미있습니다. 이제는 30대 후반을 넘어간 카메론 디아즈의 황혼의 눈부신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아임 낫 데어(감독:토드 헤인즈, 주연:케이트 블란쳇, 히스 레저, 크리스천 베일, 리처드 기어, 벤 위쇼, 샬롯 갱스부르, 15세 관람가)
미국의 전설적인 포크 가수 밥 딜런의 전기 영화인데 무슨 주연들이 이리 많을까 하시는 분 계실텐데, 좀 특이한 전기영화입니다. 고전적이고 관습적인 전기영화를 예상하셨다면 낭패, 내지는 당혹감을 느끼실 텐데 바로 6명의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밥 딜런의 서로 다른 6개 이미지가 투사된 각기 다른 인물들을 연기합니다. 기타 하나 들고 떠도는 흑인 소년, 포크계의 스타에서 전도사로 변신하는 인물, 그 스타를 연기하는 배우, 언론과 팬들의 과도한 관심과 비난에 시달리는 록가수 등 인데요.
평론가들은 극찬을 하고 있는데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관람한다면 다소 난감할 수 도 있겠습니다. 밥 딜런의 주옥같은 노래 50여곡이 전편에 흐르고 여자임에도 남자 록가수를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의 놀라운 카리스마를 발견할 수 있고 전기 영화의 형식을 파괴하는 측면에서 새롭고 신선하다고 할 수 있으나 밥 딜런과 동시대를 호흡하지 못한 저로서는 새로움을 넘어 깊은 울림까지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여기서 감독이 주장하는 바는 저항가수, 민중가수로 언론과 대중들이 박제화하려는 시도에 대해 밥 딜런 자신은 기본적인 개인의 자유와 예술의 영역에서 활동하며 변화, 변신해 온 가수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 같네요. 밥 딜런에 대한 과도한 신화화의 필터를 벗어내자는 '밥 딜런 바로보기 (또는) 제대로 보기' 켐페인 처럼요.
이밖에 신구, 김향기 주연의 최루성 가족드라마 [방울토마토]와 대부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듣고 있는 정통 느와르 [위 오운 더 나잇], 알 파치노 주연의 범죄 스릴러 [88분], 태국에서 온 공포영화 [바디] 등이 개봉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