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지역의 중심부인 하바로프스크시의 고려인과 현지 한국인이 즐겨보는 '하바로프스크 한국방송'이 재정난으로 방송중단 위기에 처했다.
이 방송국 김기범(56) 대표는 27일 방한해 "자비를 털어 하루하루 방송을 이어가고 있지만 자금이 바닥나 올해 상반기를 넘기기 힘들다"며 "극동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고국 소식을 접하는 유일한 통로인 한국방송국을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한국어로 방송하는 매체가 전무한 상태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됐다 고향으로 돌아와 정착한 고려인과 사할린 강제징용한인, 조선족, 북한동포, 현지진출 교민 등 2만여명은 매일같이 우리 방송을 보고 있다"며 "동포에게 한민족의 얼과 문화를 알릴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기업이 나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방송 장비를 마련하고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데 10억여 원을 쏟아 부었다"며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무작정 고국 땅을 밟았는데 찾아갈 곳도 마땅치 않다"고 밝혔다.
하바로프스크에는 북한과 일본, 중국 등 3개국이 영사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은 인근의 블라디보스토크에 영사관을 두고 있다. 그러나 3개국의 경우 자체 방송과 신문이 없는 것에 비해 한국은 한국어로 TV방송을 내보내고, 신문도 발행하고 있다.
김기범 대표는 2005년 (사)하바로프스크주 고려문화유산을 설립하고, 방송국(KCH.2612-2620 MHZ.채널 24 또는 23)과 '한인소식'지를 경영하고 있다.
그는 "2006년 1월 방송 시작과 함께 KBS, KBS World방송, MBC가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공급해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하바로프스크 지역에 한류를 일으켜 각 대학의 한국어학과가 인기가 높다"고 소개했다.
2006년 3월에는 러시아 국영 방송국(RTR)과 위성송출 1개 채널을 사용할 수 있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방송의 가시청권을 중앙아시아를 비롯해 동아시아, 중동, 몽골, 중국, 일본 등까지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미국 알래스카에 살다 하바로프스크에 정착한 김 대표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극동 및 시베리아협의회 간사와 하바로프스크한인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한국 국적자가 아니고 미국 시민권자여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논리 때문에 번번이 도움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더 가슴 아프다"며 "한국어를 배우려는 동포 2-3세를 생각해서라도 (하바로프스크 한국방송을) 꼭 좀 살려달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