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보수적 남성우월 국가 중 하나인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여성 전용 호텔을 둔 논란이 일고 있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13일 보도했다.
사우디 첫 여성 전용 호텔인 '루탄 호텔 앤드 스파'는 지난 3월19일 리야드 외곽에서 문을 열고 본격 영업에 들어갔다.
이 호텔은 직원은 물론 소유주와 경영자 역시 여성 일색으로 여성을 위한 건강 및 미용 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호텔은 여성의 운전조차 허용하지 않는 이 나라의 남녀분리 정책을 더욱 확고히 할 뿐으로 여성 인권 신장에는 오히려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킹사우드대학 아랍어학과의 하스나 알-쿠나예르 교수는 "이는 좋지 않은 움직임이다. 아마 일부 사람들은 여성들을 남성으로부터 갈라놓기 위해 다른 호텔을 지으려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나예르 교수의 딸인 아셀 알 바크르는 "(여성 전용 호텔은) 오히려 한걸음 후퇴한 것"이라면서 "종교 지도자들은 남녀가 함께 있는 것은 부정(不貞)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호텔의 주 고객층인 여성 사업가들은 여성 전용 호텔의 탄생을 열렬히 반기고 있다.
사우디에서는 아버지나 남편, 아들 등 남성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여성이 일반 호텔에 투숙하는 게 금지돼 있다.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남성 보호자로부터 서면허가를 받아 투숙할 수 있지만 수영장이나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등 제대로 된 투숙객 대접을 받기 힘들다.
아랍어로 '피난처'란 뜻의 이름 그대로 남성 위주 사회에서 잠시 벗어나 스파와 수영, 마사지, 에어로빅 등을 즐기며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여성들이 '루탄 호텔 앤드 스파'에 매료되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이 호텔의 로레인 쿠티노 전무는 "공공영역 속의 사생활에 대한 여성의 욕구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세계 어디서든 여성들은 자신을 위한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