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업계의 숙명의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내년에 본격 개화하는 북미 디지털 모바일 TV 시장에서 기선을 잡기 위해 모바일 TV 기술 표준을 공동 개발하는데 합의한 것이다.
◇ LG-삼성 상생협력 시작되나 =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선의의 경쟁을 해 왔지만 사실 앙숙 관계라고 봐야 옳다.
물론 삼성전자가 반도체 등 다양한 사업을 해 기업 규모 면에서 LG전자보다 크고 해외 시장에서도 LG전자보다 우위에 있지만 양사는 국내 가전시장에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특히 LG전자는 최근에는 기존에 강세를 보여 온 생활가전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와 평판 TV 사업 등이 급성장하면서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열띤 경쟁 탓인지 두 회사는 세탁기나 TV 개발 등 큰 여러 사안에서 기 싸움을 벌이며 첨예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작년에는 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창설되면서 LCD 패널 교차 구매 등 상호 협력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지만 아쉽게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에 삼성전자 LCD 총괄이 생산하지 않는 37인치 패널을 구매할 것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LG전자의 52인치 삼성전자 LCD 패널 구매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이날 전격적으로 미국 모바일 TV 기술 표준 공동 제작에 합의함에 따라 양사가 첫 협력 관계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두 회사가 이번에 미국 디지털 TV 기술 분야에서 협력의 물꼬를 텄기에 추가적인 기술 협력이나 관련 제품 공동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 삼성과 LG의 합작..어떤 기술인가 = 두 회사가 합의한 것은 2009년 상반기 미국 정부가 모바일 TV 등 디지털 방송 기술 표준을 제정하는데 양사가 협력해 이 표준을 공동 개발해 제시한다는 것이다.
양사가 공동 개발할 기술은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휴대전화나 내비게이션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한국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유럽의 DVB-H, 미국의 미디어플로(Medio FLO)와도 다른 차별화된 기술로, 어디에서나 모바일 TV만 있으면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A-VSB(Advanced Vestigial Sidebane)라는 기술을, LG전자는 MPH(Mobile Pedestrian Handheld) 기술을 개발해 현지 시장에서 표준 경쟁을 벌여 왔다.
A-VSB 기술은 방송사가 기존 디지털 TV 장비에 전환 장치만 더하면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송출할 수 있고 전 지역을 대상으로 단일 전송신호를 제공하는 단일 주파수 방송망(SFN)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LG전자가 개발한 MPH는 지상파 디지털방송 수신기술의 약점인 이동 중 수신기능 을 대폭 보강해 이동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美 모바일 TV 시장에서 승기 잡아라" = 두 회사의 협력에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미국 디지털 모바일 TV 시장에서 한국이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는 실리가 깔려 있다.
북미지역 모바일 TV 시장은 2006년 2억 달러에서 작년 16억 달러로 뛰어올라 올해에는 24억 달러, 2010년 41억 달러 등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디지털TV위원회(ATSC)는 2009년 3월 아날로그 TV 방송을 중단하고 전면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할 예정인데, 양사는 휴대전화지만 자동차에서 이동 중에도 이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모바일 TV 기술 표준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북미 모바일 TV 기술 표준 채택을 놓고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A-VSB 기술과 LG전자의 MPH 기술, 톰슨(THOMSON)-미크로나스(MICRONAS)가 연합으로 제안한 기술 등이 경쟁해 왔다.
한국 업체들의 모바일 TV 전송 방식이 표준으로 채택되면 모바일 TV 용 휴대전화, 자동차용 내비게이션, 노트북 등 관련 제품 판매 뿐 아니라 모바일 TV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방송수신 칩 판매를 통해 큰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미 방송사 연합(NAB: 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에 따르면 2012년 휴대전화 시장은 1억3천만대, 기타 휴대기기는 2천500만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