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북한을 방문했던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북한의 핵 관련 서류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가져온 분량이 자그만치 7박스, 1만 8천쪽 분량이라고 하는데요.
어찌보면 북한이 정말 큰 맘 먹고 웬만한 자료는 다 내줬나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재밌는 것은 미국 대표단이 판문점을 넘어올 때 직접 그 상자들을 다 들고 건너왔다는 것입니다.
다른 개인 짐들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다 실어보냈는데, 유독 7개의 상자는 대표단이 직접 들고 건너왔고 그 자리에는 기자들을 대기시켰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좀 찍어달라는 얘기죠.
물론 매우 중요한 서류이다 보니까 직접 들고 왔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다분히 언론을 의식한 행동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즉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을 이른바 '언론플레이'를 통해 선전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언론플레이에 적극적인 쪽은 지금 미국만이 아닙니다.
이번 서류들에 대한 일차적인 검증이 끝나면 북한이 핵신고서를 중국에 제출하고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작업이 시작되게 되는데요.
이 조치에 맞춰서 북한이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고 그걸 전세계에 생중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나서서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있는 것인데요.
물론 이렇게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것이 나쁠것이야 없겠습니다만, 사실 뭐 그냥 조용히 부셔도 되는데 굳이 폭탄을 장치해서 폭발을 하고 그 장면을 전세계에 생중계까지 하겠다라고 나오는 걸 보면 '북한도 언론플레이를 통해서 뭔가를 보여주겠다', 즉 자신들이 핵폐기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이런 대형 이벤트를 통해서 과시하겠다는 의지가 상당히 강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북한과 미국이 왜 이렇게 언론플레이까지 하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느냐 하는 것인데요.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미국에서는 지금 이라크 등에서 많이 헤매고 있는데 북핵문제 만큼은 외교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즉 한 가지는 확실히 잘 하고 있는 것이죠.
반면 북한에서는 이번 기회에 정말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를 확실히 하고 싶다는 측면이 있는 것 같고요.
두번째로는 지금 북·미간에 식량지원 문제를 협상중인데 이번 기회에 미국으로부터 식량 50만 톤 지원을 확실히 하겠다라는 측면과, 현재 남북관계가 좋지 않은데 북·미관계를 잘 풀어가면서 그걸 통해서 남한 정부를 압박하자라는 측면 등도 관여돼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북한과 미국이 당분간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냉랭한 남북관계에도 불구하고 북·미관계는 그런데로 잘 풀려가지 않을까 이렇게 전망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