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0일 청와대에서 오찬회동을 갖고 정국 현안 전반에 대해 심도있고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 간 양자 회동은 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1월23일 이후 108일 만이고, 이 대통령 취임후 처음이다.
검은색 바지에 흰색 블라우스와 흰색 재킷 차림의 박 전 대표는 약속시간 5분 전인 오전 11시55분께 청와대 본관에 도착, 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의 안내를 받아 회동 장소인 백악실로 입장했다.
이어 검은색 양복에 핑크색 계열의 넥타이를 한 이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며 박 전 대표에게 "오셨어요, 환영합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이 대통령은 "해외 가신다면서요. 내일 떠납니까"라며 박 전 대표의 호주.뉴질랜드 방문에 관심을 표명했고, 박 전 대표는 "네"라고 짧게 대답하면서 "(초청받은 지) 오래 됐는데 바빠서 못갔다"고 답변했다.
이 대통령은 또 "기후가 우리나라 하고 반대죠"라고 물었고, 박 전 대표가 "초겨울이어요"라고 답하자 "감기 조심하셔야 겠어요"라고 말해 회동 초반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상호 인사 및 사진·카메라 촬영을 위한 초반 3분 가량은 청와대에서 박재완 수석과 이동관 대변인, 박 전 대표측에서 유정복 의원과 안봉근 수행비서관이 각각 배석했다.
배석자 없이 곧바로 약 1시간 50분 가까이 비공개로 진행된 두 사람간 단독회동에서는 적잖은 신경전이 연출됐다는 후문이다. 박 전 대표는 친박인사 복당문제와 미국산 쇠고기 파동, 청와대의 민심수렴 태도, 친박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의 문제점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가장 관심을 끌었던 친박 무소속 당선자 및 친박연대 인사들의 일괄복당 문제에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복당 공론화 및 복당 시기 등에 대해서는 일부 진전을 이뤘으나 근본적인 문제라 할 수 있는 일괄복당에 대해서는 엄연한 인식차를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친박인사들을) 일괄복당 시켜야 한다. 공당인 한나라당이 공식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며 일괄복당 필요성을 공식 제기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복당에 대해 거부감은 없으나 이 문제는 당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일정 정도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박 전 대표가 한결같이 요구해 온 일괄복당 문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 탓인지 양측은 애초 회동결과가 좋을 경우 청와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여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결국 박 전 대표가 자신 사무실인 국회 의원회관 545호에서 단독 기자회견을 통해 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박 전 대표는 당초 측근인 유정복 의원을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로 보내 회동결과를 브리핑 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자신이 직접 회동결과를 설명하는 것으로 바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친박인사 일괄복당에 대한 명확한 답을 이끌어내지 못한 박 전 대표가 `대통령께 할 말을 다 했고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기자회견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기자회견 도중 시종일관 무표정, 담담한 표정이었으며 기자회견 후 기자들의 질문에 간략히 답한뒤 곧바로 자리를 떠 회동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회동에 대해 청와대는 "만남 자체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두 사람이 화끈하게 주고 받은 뚜렷한 결과물이 없는 회동이었다는 게 당 안팎의 중평이다.
두 사람은 이날 최근 정치·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한미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선 국민의 소리를 잘 들어야지 이념 문제라든 가 그런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고, 이 대통령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공감을 표시했다는게 박 전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없지 않은 것 같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해 이 문제를 둘러싸고도 적잖은 이견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이처럼 주요 현안에 대해 시각차를 드러내면서 두 사람 간 신뢰회복도 요원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신뢰회복이 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뭐 애초에는 신뢰를 했죠. 근데 신뢰를 깬 건 제가 깬 게 아니잖습니까"라며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이날 오찬 메뉴는 한식에다 일식이 곁들여진 퓨전 음식이었고 계절과일과 제주산 녹차 등이 식단에 올랐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