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70대 환자의 가족들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지하고 자연사할 수 있게 해달라며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국내 처음으로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주장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 법원의 판단 결과가 주목된다.
10일 법률사무소 해울에 따르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모(75.여)씨와 그 가족들은 병원에서 김씨에 대해 인공호흡기 사용이나 약물투여 및 영양·수분 공급 등 연명 치료나 응급심폐소생술 시행을 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서울 서부지법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들은 신청서에서 김씨가 폐암확진을 위해 폐조직검사를 받다 폐혈관이 터져 회복이 불가능한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 뇌사판정을 기다리고 있으며 김씨에 대한 치료는 적극적 의미의 치료가 아니라 무의미한 연명치료이고 이로 인해 삶의 길이가 늘어나더라도 삶의 질이 떨어져 비참한 상태를 겪게 된다고 주장했다.
신청인들은 김씨가 평소 현재 처한 상태와 같은 상황이 오면 연명치료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에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하게 해줘야 하고 가족들도 그가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지켜볼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김씨에 대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전제로 한 자연사할 권리에 관한 것이고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김씨와 같은 환자를 매우 고통스럽고 힘겹게 만들기 때문에 생존기간을 늘리는 것보다 좀 짧더라도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낫다는 것이 의료윤리학의 일반론이라고 덧붙였다.
또 신청인들은 일부에서 이 같은 연명치료 중단을 '소극적 안락사'라고 부르며 인간의 삶을 단축시키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김씨의 경우는 자연사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치료비가 없어 퇴원을 원하는 환자 보호자의 요구를 수용해 환자를 숨지게 한 의료진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1997년 '보라매병원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이 환자가 자기결정권에 따라 진료를 원하지 않는 경우 원칙적으로 의사가 환자를 보호할 의무가 종료된다는 '피해자승낙설'을 인정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