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의 소설가 박경리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장례 사흘째인 7일에도 차분한 가운데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황동규 시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소설가 한말숙 씨, 우찬제 서울대 교수, 채호기 문학과지성 대표, 소설가 이세기 씨,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유시민 의원 등이 조문행렬에 동참했다.
백낙청 교수는 박씨에 대해 계시는 것으로만도 문단의 품격을 높여주시는 분"이라고 평가하며 "일찍 가시게 되셔서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말숙 씨는 "1950년대 비슷한 시기에 문단에 입문하면서 서로 안 만나면 못 견딜 정도로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는데 80년대 이후 못 만났다"며 "영원히 사실 줄 알았는지 전화도 안 드렸던 것이 너무나 아쉽다"고 말했다.
한씨는 "선생님은 젊었을 때 무척 미인이셨는데도 남자들이 프로포즈하는 척만 해도 불같이 화를 낼 정도로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고 회고하며 "80년대 마지막 만났을 무렵 나는 어떻게 하면 멋진 집에 살까 고민하는 동안 선생님은 사회에 대해 많이 생각하셔서 점점 무언가 서로 안 맞는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씨는 박씨가 단편집을 낼 때 당시 한씨와 사귀고 있던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찍은 사진을 마음에 들어해 책에 수록했던 에피소드도 전했다.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강재섭 대표는 "흙 냄새가 물씬 나던 장엄한 서사시"였다고 '토지'에서 느낀 감동을 전하며 "엄청난 소설을 쓰시던 뛰어난 문인이셨다"고 말했다.
전날 빈소를 다녀간 문인 20여명이 작성한 만장(輓章.죽은 이를 슬퍼하며 적은 글을 깃발로 만들어 상여 뒤에 들고가는 것) 글귀들도 눈길을 끌었다.
소설가 황석영 씨는 "대지의 어머니시여! 봄과 함께 돌아오소서!"라는 글귀를 남겼으며, 박완서 씨는 "님은 가셨으나 우리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라는 말로 고인을 보내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시영 시인은 "생명 대지의 어머니, 고향에 돌아오시다!", 소설가 오정희 씨는 "생명의 아픔과 슬픔이 없는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라는 말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남해의 혼으로 환생 하소서!"(김원일), "마음 등불을 켜다"(윤후명), "우리의 말과 글로 영원히 우리 곁에 계실 겁니다."(하성란), "토지는 제 문학의 첫 설렘이었습니다"(김인숙) 등의 글귀 속에도 고인에 대한 존경과 그리움이 담겼다.
만장 준비를 맡은 통영시측은 이 글귀에 통영지역 문인들의 글귀 등을 더해 150여장 가량의 만장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빈소에는 천주교 원로인 정의채 몬시뇰이 신도 20여명과 함께 찾아와 미사를 집전했으며 원불교 이선종 교구장과 교도 40여명 등이 천도 축원의식을 벌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경남 하동군민들과 진주여고 동문, 그리고 일반 독자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서울=연합뉴스)